기업 이벤트(Corporate Event)란 무엇인가?
기업 이벤트(Corporate Event)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하는 비즈니스 행사를 말한다.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회와 기업 이벤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전시회가 잠재적 미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업 이벤트는 현재의 고객(구매고객 또는 파트너)을 대상으로 한다. 전시회는 전시 주최자가 전체 행사의 기획과 진행을 맡지만 기업 이벤트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 또는 에이전시가 전체 행사의 장소 선정부터 운영, 평가까지 전 과정을 기획해야 한다. 전시회는 미래의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 전야제, 개막식, 기조연설, 전시회, 컨벤션, 관광 등-을 포함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기업 이벤트는 기업의 기획 의도에 따라 참가자를 선별하며 각각의 목적에 맞는 개별적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전시회와 기업 이벤트의 차이
왜 독자적인 기업 이벤트(Corporate Event)가 필요한가?
최근 들어 Trade Show를 벗어나 독자적인 자체 전시회나 콘퍼런스 등을 기획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애플, IBM, 오라클은 예전부터 맥월드, WoW, 오라클월드 등 자체적인 전시컨벤션을 운영 중이고 삼성 역시 CES, MWC 등의 전시 참가 이외에도 독자적인 딜러 컨벤션 등의 행사를 기획한다. 가장 최근에는 SK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자체적인 글로벌 지식 포럼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왜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업 이벤트를 개최하는가? 자체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과 트렌드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전시회와의 상대적 관점에서 보면 아래와 같이 6가지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다.
전시회 바이어 및 참관객의 질과 양(Quality & Quantity)의 문제에서 오는 전시 참가 실효성 저하
경쟁사 및 언론 노출 등 기업 고유 경쟁력의 노출 및 복제 우려
기업 고객과 바이어에 대한 자체 컨트롤 욕구 증가
콘퍼런스, 교육 세미나, face-to-face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몰입된 분위기 조성 필요성
미디어 환경의 변화 - SNS, live 채널, 토크콘서트 등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다양성 확대
유니크 베뉴의 확대 - 무역 전시장을 벗어나 박물관, 미술관, 테마파크 등 참가자의 경험 극대화를 베뉴 선택
전시회를 주최하는 전시 주최자 역시 이러한 이슈와 변화를 알고 있다. 최근 들어 전시회에서 콘퍼런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나, 수출상담회 및 바이어 프로그램 등의 강화 역시 전시회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기업 이벤트는 전시회와 달리 현재의 고객(Current Customers)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이벤트가 산업 전시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기업 이벤트와 전시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대 고객 마케팅 활동에 있어 시너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IBM의 Private Trade Show - 'World of Watson' 기업 이벤트의 종류와 특징
(1) Private Trade Show (기업 자체 전시회)
Private Trade Show는 말 그대로 기업이 독자적으로 자체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자체 전시회를 개최하는 경우는 전시회뿐 아니라 기조연설이나 개발자 콘퍼런스 등의 컨벤션 프로그램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맥월드는 대표적인 기업 이벤트인데, 애플 CEO가 기조연설을 통해 신제품을 소개하면, 개발자를 위한 콘퍼런스와 체험을 위한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다. IBM은 Watson이라는 자체 AI 기술의 소개 및 체험, 파트너 얼라이언스를 위하여 WoW (World of Watson)라는 Private Trade Show를 개최하였다. 개발자 및 바이어를 위한 콘퍼런스와 동시에 열린 WoW는 전시장을 AI가 응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존을 나누어 전시회를 기획하였다. AR(증강현실) 및 실제 AI가 적용된 제품(비행기, TV, 오디오, 자동차, 주방제품, 패션 등)을 체험토록 하여 Watson의 기술 상담 및 구매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옷에 부착된 150개의 LED가 AI기술이 적용되어 실시간으로 옷을 본 트위터의 감정을 분석하여 빛이 변한다. (IBM's World of Watson trade show) (2) User Groups Events
User Groups Event란 현재의 사용자 또는 고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이벤트이다. 보통 IT 분야에서 이런 소비자 대상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IT 분야가 아니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마케팅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FGI(Focus Group Interview)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발견하여 제품이나 기술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고객과의 상호 신뢰 구축이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3) Company Tours
컴퍼니 투어는 일종의 비즈니스 관광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제조업에 속한 기업이라면 전시회와 병행하여 이런 기업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 보유한 공장이나 연구소 또는 조립 라인이 바이어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라면 이런 비즈니스 투어는 전시장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실제 기업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화두에서 가장 좋은 사례가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인데, 국내에서도 이런 비즈니스 투어를 직접 기획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E3 Global(www.e3global.co.kr)이란 스타트업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기업의 비즈니스 투어를 진행하며,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는 외국 바이어에게도 한국의 기업 투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독일 스마트팩토리 비즈니스 투어 (E3Global 제공) (4) Roadshows
로드쇼는 기업이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다. 로드쇼는 다른 마케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래의 4가지 기준을 가지고 진행하여야 한다.
몇 군데의 지역을 방문할 것인가? - 기획단계에서 전체 방문 지역 및 베뉴 선정이 정해져야 한다. 지역에 따른 세일즈 또는 마케팅 팀의 지원과 방문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세일즈와 교육 및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 단순 제품 홍보라고 하면 참석률이 떨어질 수 있다. 로드쇼를 통해 실제 제품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 및 연구 자료, 체험 기회 등 세일즈와 다른 콘텐츠의 밸런스를 맞추어 참가자의 참가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제품 시연 절차 및 테스트를 통한 검증이 이루어졌는가? - 여러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 특성상 제품 시연을 위한 설치와 철거가 간단해야 한다. 사전 매뉴얼을 통해 시연 절차를 단순화하고, 사전 테스트를 통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로드쇼의 목적이 세일즈인가? 홍보인가? - 로드쇼는 단순 홍보 행사가 아니라 세일즈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내 투어 건 해외 투어 건 로드쇼는 세일즈와 연관될 수 있도록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 및 기술 스펙 등의 자료가 준비되어야 한다. 단순 홍보가 목적이라면 로드쇼의 성과는 측정되기 어렵다. 샘플 접수건수, 구매계약건수, 대리점 및 에이전트 계약 건수 등 명확한 목표 설정을 통해 로드쇼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5) Partner conference
파트너 콘퍼런스는 기업 이벤트 중 가장 복합적이고 중요한 행사이다. 파트너란 의미는 다양한 층위의 사업 대상을 말한다. 유통사, 대리점, 도매상, 벤더, 온라인 판매처, 또는 언론일 수도 있다. 파트너 콘퍼런스는 독자적으로 기업이 직접 개최할 수도 있고, 산업 전시회 기간 중 별도의 공간에서 전시회와 더불어 개최할 수도 있다. 기업 CEO 입장에서도 파트너 콘퍼런스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행사의 기획에서부터 운영, 평가까지 목표와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파트너 콘퍼런스의 성공을 위한 기준은 아래와 같다.
기획단계부터 파트너를 참여시킨다. - 행사의 목적은 파트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 후 설정되는 것이 좋다.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면 자문위원 격으로라도 파트너는 기획단계부터 참여해야 하다.
행사 목적에 따라 어떤 이벤트를 추가할 것인지 결정한다. - 파트너의 기술이나 제품을 공유해야 하다면 전시회가 포함되어야 한다. 파트너의 성과나 실적을 공유하려면 구체적인 콘퍼런스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또한 계약이나 파트너십 체결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미팅 공간과 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관계 구축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나 만찬 등의 행사 역시 목적에 따라 질과 양을 고려하여 기획하여야 한다.
Tiered level partner program 구성 - 어떤 파트너는 상대적으로 다른 파트너보다 중요할 수 있다. CEO가 만나야 할 파트너 역시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전체 파트너들을 중요도 및 분야별로 구분하여 세분화된 계획이 필요하다.
기업 이벤트 진행 시 주의사항
앞의 내용들을 보면 기업 이벤트는 산업 전시회와 비교하면 환상적인 플랫폼인 것 같다. 경쟁사도 없고, 모든 관람객이 우리 기업을 주목하며 어떤 방해도 없이 우리 의도대로 기획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벤트는 어떤 형태로든 현장에서 문제점을 수반한다. 'Show must go on'이란 말은 'Show always has a problem'이란 말과 같은 뜻이다. 기업 이벤트 진행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자.
얼마나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 - 행사 기획자가 제일 스트레스 받는 일이 바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행사장 문을 열었는데 사람이 오지 않는 것만큼 식은땀 나는 일은 없다. 비용 측면에서도 이미 행사 비용은 지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참가자 부족은 행사의 효용을 따질 때 절대적 수치일 수밖에 없다. 관람객 유치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불만족스러운 참가자를 관리할 수 있는가? - 행사 참가자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사의 불만족을 넘어 직접적으로 행사 진행에 방해가 되는 참가자도 있다. 현장에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늘 행사 기획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행사 개최 자체가 법률이나 산업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가? -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은 엄격한 비즈니스 접대 잣대를 가지고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다. 특히 제약사가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행사를 진행할 경우 등 관련 법이나 규정에 위배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자적인 기업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문제 뿐 아니라 운영과 참가자의 유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매우 어렵고도 신중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산업 전시회와 비교하여 현재의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또는 미래의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전시회와 비교하여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시회를 참가하면서도 동시에 기업 이벤트를 통해 별도의 몰입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결국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체험하는 경험 마케팅의 극단에 전시회와 기업 이벤트가 존재한다. 우리 회사는 어떤 형태를 선택할 것인가? 판단은 결국 브랜딩과 마케팅 차원에서 무엇이 효율적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