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전시 마케팅 노하우
아웃보딩(Outboarding)은 보트나 자동차의 엔진을 선체나 차체 외부로 끄집어내어 장착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의 엔진보다 더욱 강력한 엔진으로 교체하고 싶을 때, 또는 출력을 수시로 조절하고 싶을 때 아웃보딩을 하면 운전자의 생각대로 마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전시회는 전시-컨벤션-이벤트-관광이 어우러진 종합 마케팅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제 부스에서 벗어나 전시 플랫폼을 120%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할 때가 되었다. 이것을 '아웃보딩'이라고 부르자.
전시회에서 마케팅의 열매를 따고 싶다면, 그 땅이 어떤 땅인지 파악해야 한다. 활용할게 별로 없는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 같은 땅일 수도 있고, 충분한 습기를 머금고 있어 곳곳에 나무를 심고 싶은 아마존 같은 땅도 있다. 우리가 참가한 전시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싶다면, 전시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아웃보딩해야 한다. 이제 하나하나 그 대상을 공략해보자.
만약 전시회에 부스 신청을 마쳤다면, 지금 당장 부스 이외에 우리 회사를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사이드를 찾아봐야 한다. 세미나 또는 콘퍼런스는 업계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전시회들은 아래와 같은 콘퍼런스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1명의 발표자가 진행하는 브레이크아웃(Breakout) 세션
좌장과 패널들이 참가하는 패널(Panel) 세션
주제별 라운드테이블 세션
CEO 라운지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
전시 주최자는 부스 영업과 별도로 콘퍼런스 담당자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전시회 홈페이지를 열면 가장 늦게 업데이트되는 페이지가 콘퍼런스 화면이다. 아래 그림처럼 '추후 업데이트될 에정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겨두곤 전시회 오픈을 일주일 남기고서도 프로그램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사 섭외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회사가 전시회에서 발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바로 콘퍼런스 담당자와 접촉하여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필하는 것이 발표자로 선정될 확률이 높을까?
회사나 제품 홍보를 위한 발표는 피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나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미나 참가자를 추가적으로 끌고올 수 있다면 좋다. 주최자 입장에선 흥행의 키워드를 높게 살 것이다.
위의 3가지를 고려하여 프로그램 담당자와 만나야 한다. 만약 기조연설 발표를 할 기회가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해야 한다. 전시회의 기조연설은 그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1년에 단 한번, 그 산업의 모든 종사자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기업, 언론, 정부, 고객 등이 이렇게 한 곳에서 같은 기간에 모이는 것은 오로지 전시회뿐이다. 이 기간에 전시장에서, 또는 근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오직 우리 기업의 고객만을 위한 별도의 오/만찬 행사를 진행해 보자. 이런 행사는 전시장 환경보다 훨씬 긴밀하고 집중된 분위기를 제공한다. 전시장 근처 호텔이나 전시장 내 레스토랑은 예약이 일찍 마감되므로 기업 이벤트에 활용하려면 일찍 준비해야 한다.
조찬 모임을 갖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전시회 시작 시간이 오전 10시라면 오전 9시에 먼저 조찬이나 커피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 아침시간은 저녁보다 더 생산적이고 집중된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저녁은 아무래도 술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비즈니스보다는 인간적인 관계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다. 고객들과의 별도 모임을 갖기 위해 전시회만큼 좋은 기간은 없다. 부스가 아니라 베뉴, 그리고 도시의 아름다움을 고객 마케팅에 접목해 보자.
역사가 오래되고 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일수록 Exhibition Award 프로그램이 많다. CES는 매년 올해의 혁신상, 기술상, 디자인상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매년초 삼성, LG 등의 광고를 보면 CES에서 무슨무슨 혁신상, 디자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많다. 어워드 프로그램은 참가업체를 대상으로 주최자가 신청을 받아 심사에 따른 상을 수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어워드에 선정되면 그 기업의 제품은 부스가 아니라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공간에 배치된다. 제품과 기업에 대한 소개가 언론과 온라인 등의 매체를 통하여 홍보된다.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기술이 우월하다고 생각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어워드 프로그램을 신청하자. 전시회의 고객뿐 아니라 모든 업계와 언론이 우리를 주목할 것이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시품에 크게 'Sold out', '계약 완료'라고 붙인 부스를 볼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마케팅을 했길래 전시회에서 계약을 할 수 있지? 정말로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는가?
단언컨대 현장에서 처음 보자마자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바이어는 거의 없다. 전시회는 show, 결국 쇼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MOU나 계약을 목전에 둔 거래가 있다면, 사인을 잠시 미루었다가 전시회로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전시 현장에서 최종 사인을 위한 Ceremony를 만들어 보자. 주최자에게 요청하면 부스가 아니라 전시장 로비, VIP room, 전시장 내 카페 라운지 등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주최자 입장에서는 전시회의 성과로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다. 어차피 주최자가 임대한 공간이기 때문에 별도의 임대료를 낼 필요도 없다.
아래는 부산 콘텐츠 마켓 전시회에서 한 참가기업이 외국기업과 투자협약식을 맺은 사진이다. 장소는 전시장 내 카페 라운지다. 이 행사를 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10만 원 내외이다. 앉은 사람들 뒤의 협약식 배너 정도만 제작 비용이 들뿐 나머지는 모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 회사는 이미 투자가 결정된 내용을 협약식만 전시회에서 진행함으로써 언론과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부스가 아니라, 전시회를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바이어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사례이다.
전시마케팅은 부스를 벗어나야 한다. 부스를 비우라는 뜻이 아니다. 부스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는 모델하우스이자 베이스캠프이다. 그러나 베이스캠프에만 머물다간 정복해야 할 대상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앞에서 얘기한 콘퍼런스 연사 참가 - 고객 초청 이벤트 - 어워드 - 세리머니 활용은 모두 부스를 벗어나 전시회 전체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이외에도 스폰서십, 파티, 비즈니스 관광 등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은 전시회별로 매우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전시 주최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어떤 채널이 효과적인지 파악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스를 넘어 전시회 전체를 활용하는 '아웃보딩'의 기술이다.
Written by 이형주
VMC (Venue Marketing Consulting) 대표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등에서 Venue(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등) 마케팅 및 중소기업의 전시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전시 어드벤처' 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 서강대 경영학과와 핀란드 헬싱키 MBA를 졸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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