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전시 마케팅 노하우
부스 디자인은 기업 브랜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콘셉트를 가장 극적으로 전달하는 Brand Delivery 매체 중 하나이다. 메타 브랜딩의 박항기 대표는 브랜드의 개념을 아래 그림과 같이 정의했다. 브랜드는 기업이나 제품(서비스)의 철학, 비전, 효용가치와 성격, 콘셉트 등이 응축되어 구성(Plan)되고, 그것이 고객에게 SNS, 광고, 전시회 등을 통해 전달(Delivery)된다. 다시 말하면 '브랜드는 기억된 고객 경험의 합'으로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브랜드 전달매체로서 전시회 부스는 고객이 브랜드를 접하는 가장 최접점에 있는 매체이다. 전시회가 가장 아날로그적인 마케팅 매체인 이유도 기업 브랜드를 디지털이 아닌,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하는 정서적 수단에 어필하기 때문이다. 부스 디자인은 오프라인상에서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기호적 표현이다.
브랜드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전시회에서의 부스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그 결정은 전적으로 전시 참가 목적과 연관되어 있다.
어떤 형태의 부스를 계획하건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전시회를 왜 나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목표가 설정되면 그에 따른 부스 크기나 형태는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아래 표를 보자.
(1) 잠재 고객 발굴 : 개방형 부스 (Open. Invitation. Easy to move in-out)
참가 목적이 잠재고객 발굴이라면 부스는 개방적이어야 한다. 관람객의 진입이 쉬워야 하므로 제품이나 벽면으로 진입로를 가려선 안된다. 이는 주최자가 제공하는 기본부스 타입이건 참가업체가 직접 제작하는 독립부스 타입이건 동일하다. 개방형 부스는 보통 전시품이 부스 안쪽에 배치된다. 통로 쪽은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그래픽이나 이벤트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잠재고객 발굴이 목적인 참가업체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기업 인지도 제고나 제품의 효용을 최대한 전달해야 한다. Open. Invitation. Easy to move in-out을 키워드로 부스 디자인을 정하고 세부 디테일을 정리해 나간다.
(2) 세일즈(계약) : 미팅 공간 확보
판매나 계약 체결이 참가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바이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전시장은 무척이나 시끄럽다. 아무리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옆 부스에서 이벤트라도 하면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 게 조용하지만, 전시회가 원래 홍보를 위한 채널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라면 부스 내에 조용하게 미팅을 할 수 있는 미팅룸이나 상담 공간을 별도로 두어 계약을 위한 바이어와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부스를 복층으로 세워 일층에서는 제품 홍보를 하고, 2층에서는 구매자와의 상담 및 계약 체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본 부스로 참가하더라도 상담 테이블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되도록 구매자와의 구체적인 협상을 위한 공간은 문제없다. 다만 상담테이블은 기본 부스당 1개씩만 제공되므로 판매 상담을 늘리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테이블이나 미팅을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하는 것이 좋다.
(3) 제품 시연(Demonstration) : PT공간과 관람객 체류공간 확보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선보이는 부스라면 시연 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제품 데모를 위한 무대와 영상장비, 관객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길게 체류하여야 하기 때문에 여유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부스 내에서의 PT 형태 또한 제품이나 시연 특성에 달라져야 하는데, 이를 간략하게 아래와 같이 요약하였다.
2-3분 내외로 간단하거나 소규모 제품의 경우는 대면 접촉이 가능한 일대일 시연이 효율적이다. 1 부스라도 가능하지만 시연이 많아지면 스탭 충원이나 시간 배분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 그룹별 시연은 타겟팅된 바이어 그룹이 있거나 딜러사, 유통망 등 정해진 관람객이 있을 때 유용하다. 그룹 단위이기 때문에 목적에 맞게 시연 준비를 할 수 있고 타깃별 상담이 가능하지만 일정 공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무대 시연은 보통 신제품 출시나 극적 연출을 더해 강렬한 임팩트를 주고 싶을 경우 활용된다. 다양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강하다. 시연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나 무대와 관객이 앉을 공간 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 부스 디자인 단계부터 검토하여야 한다.
(4) 현재 고객 대상 마케팅 : Refreshment & small meeting
현재 우리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라면 참가업체는 이들을 전시회를 통해 충성고객으로 바꾸어야 한다. 최소한 전시회에 초대하려는 고객은 중요한 VIP임에 틀림없다. 이런 고객들에게는 제품 세일즈나 시연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가치와 비전 등 브랜드 딜리버리의 목적을 가장 이해하고 있는 대상 역시 현재의 주 소비자, 바로 고객들이다.
아래의 사진은 콘셉트를 '소음 속의 고요'로 잡은 한 기업의 부스 디자인이다. 매 20분마다 사각의 패브릭 천이 천정에서 내려와 부스의 4면을 감싼다. 그리고 4면에 비주얼 이펙트 및 사운드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 순간 전시장의 외부 소음은 들리지 않고 오직 명상 음악과 신비로운 비주얼 이펙트가 온몸을 감싸게 된다. 브랜드는 전시장에서 제품을 팔지 않는다. 고객들과 브랜드가 하나가 되는 몰입의 순간을 전달한다.
부스를 설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주는 것이다. 바이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기업이 참가하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부스 디자인이 일관되지 않다면 전시장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부스 디자인은 Brand Identity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따라서 일관되게 고객에게 브랜딩을 하는 것은 전시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CASE STUDY : Intel
인텔은 브랜드가 전시회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인텔의 부스 디자인은 2017년 CES의 Best Booth Design 중 하나로도 뽑혔을 만큼 훌륭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했다. 알다시피 인텔의 주력제품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즉 반도체이다. 따라서 전시회에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인텔의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는 브랜딩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Intel : Experience what's inside
인텔은 전시 부스의 메시지를 'Intel : Experience what's inside'로 정하고, 인텔의 핵심 반도체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즉 sports and analytics(스포츠 과학), automated driving(자율주행), virtual reality(VR), and wearables(웨어러블)의 4가지 테마로 공간을 분할하였다. 각각의 테마 공간에서 인텔은 '보이지 않는' 인텔 제품이 어떻게 현재와 미래의 생활 속에 적용되는 지를 데모, 이벤트, PT, 전시 등의 극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그 결과 4일간의 CES 기간 동안 약 7만 5천 명이 부스를 방문하여 브랜드의 미래 마케팅에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자. 기업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부스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참가 목적을 결정해야 한다. 목적이 정해지면 가장 핵심적인 부스 설계의 키워드가 생성된다. 여기에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매년 일관된 부스 디자인을 실행하자.
이것이 바이어와의 face-to-face communication, 즉 전시회 채널을 가장 현명하게 활용하는 부스 디자인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