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EU 시장 진출의 거점이다.
코리아 엑스포, 카페쇼, 비바테크, 이 세 전시회의 공통점은? 모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전시회라는 점,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러시를 이루는 행사라는 점이다. 또 하나, 코리아 엑스포와 파리 카페쇼는 한국 주최자가 직접 현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사실 한국과 프랑스의 전시회를 통한 교류는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23년 전인 1900년, 파리에서 열렸던 만국 박람회에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만든 한국관으로 참가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주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인정받으려 했던 것이다.
동양의 작은 나라를 알리려고 노력했던 한국이 이제는 어느덧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통해 문화적으로 동등한, 아니 어쩌면 더 우월한 위치에서 교류를 하게 되었으니 그 123년의 역사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1.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
그렇다면 지금 한국기업들이 프랑스 전시회를 참가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프랑스는 GDP 기준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다. 유럽 기준으로는 독일, 영국 다음으로 크다. 그만큼 거대한 경제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2024년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프랑스에게 올림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프랑스인이었고, 파리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올림픽을 동시에 개최하였다. 그리고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인 2024년에 다시 파리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24 파리 올림픽은 파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에펠탑 아래에서는 비치 발리볼 경기가 열리고 샹젤리제 거리는 거대한 사이클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문화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도 도시의 공간을 활용한 올림픽 개최는 환경과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만큼이나 그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세계인들이 어우러져 프랑스의 도시 공간과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바로 그 목전에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니 지금이야 말로 프랑스 전시회를 공략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2. EU 진출 거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
프랑스 전시회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프랑스가 EU 시장 진출의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주요 수출입 국가를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국가 간 교역액 기준으로 10위 내에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8개국이 모두 유럽 국가들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 시장 진출을 통한 현지화로 유럽 진출에 매우 효율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한 유럽 교역과 물류의 중심으로서 역내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한 고밀도의 교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프랑스가 과거 다수의 식민지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확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모두 포석에 둘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3. 한류 소비재에 대한 관심 증가
지난 1월 25일 파리에서 날아온 이 사진은 프랑스 내에서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한다. 블랙핑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같이 사진을 찍은 모습과 케이팝 노래를 따라 부르는 프랑스 현지인들의 사진이 지금 현재 한류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보통 어떤 나라건 다른 나라로부터 문화가 흡수되면 자연스럽게 제품도 같이 들어온다. 제품이 먼저 수입돼도 문화가 같이 따라 들어온다. 지금의 한류가 꼭 그렇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 제품들, 특히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최근 현지 식생활의 변화로 환경보호에 따른 식물성 식품과 발효 및 기능성 위주의 건강식품, 그리고 동물성 원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원자재의 관심이 높다. 발효와 기능성 식품, 식물성 원자재는 모두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이다. 이러한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프랑스 전시회를 통한 현지 소비자 공략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매년 프랑스 수입 시장 내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대 프랑스 수출 금액을 보면 2020년 코로나 때를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위의 3가지는 지금 프랑스 전시회가 중요한 이유를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100년 만에 돌아온 파리 올림픽과 EU 시장 진출 거점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한류 소비재에 대한 관심 증가가 한국 기업들이 프랑스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전시회에 몇 번 참가한다고 현지 시장 진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는 행사는 결국 시간과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전시회는 거래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기에, 전시회 이후의 제대로 된 시장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들과 어떻게 이후 협상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질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취향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ESG 같은 친환경 규제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소들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소비 구매력 약화, 지정학적 위기 또한 철저히 대응해야 할 내용들이다. 이러한 변수들에 잘 대응하고 준비한다면 지금 프랑스 전시회를 통한 현지 시장 진출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