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Jul 31. 2023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어떻게 실패하고 성공하는가

도시를 살리는 마이스 얼라이언스의 성공 조건

오프라인 경제활동이 살아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산업이 바로 관광, 마이스 분야다. 특히 마이스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스 과가 없는 지자체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각 지역마다 활발한 지원 사업을 실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마이스 얼라이언스다. 


그런데 지역별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 년에 2-3차례 모여 고급 호텔에서 간담회를 하고 국내외 관광 전시회에 공동 부스 차려 나갔다 오는 게 다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마이스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얼라이언스에도 회의적인 기업들이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잘 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선 도시는 왜 마이스가 필요한 지부터 알아야 한다. 


도시는 왜 마이스가 필요한가


도시에 마이스가 필요한 이유는 마이스 참가자의 동선을 쫓아가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종류의 비즈니스 이벤트이건 그 행사에 온 방문자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 도시에 머무는 3-4일 동안 모습을 바꿔가며 움직인다. 우선 전시회가 열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3시까지는 전시장에서 전시 기업이나 세미나를 들으며 관련 기업 정보를 입수한다. 

마이스 참가자는 카멜레온처럼 도시를 방문한다. ⒸVM Consulting

그런데 마이스 방문자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기 때문에 3-4일 내내 전시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관련 산업 인프라를 방문하고자 한다. 관련 산업단지를 방문하거나 주요 기업을 찾아 CEO를 미팅하기도 한다. 또는 해당 지역 지자체의 관련 산업 담당자를 만나 투자나 지원 정책 등을 청취하려고 한다. 그 지역에 투자를 하거나 협력을 하려면 전시장에서 열리는 2-3시간짜리 바이어 상담회로는 절대로 해당 지역의 산업에 대한 입체적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이스 방문자가 전시회와 지역 산업단지 등을 방문하고 나면 그 도시의 로컬 문화나 역사 등을 체험하는 여행자가 된다. 지역의 유명한 맛집을 방문하거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또는 문화체험을 하는 관광객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경우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를 방문하면 전시장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을 방문하며 미국의 IT 산업을 파악하고, 저녁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공연과 이벤트,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렇게 마이스 방문자가 도시에서 3-4일을 체류하며 보고, 듣고,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소비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방문가가 많을수록, 오래 머물수록 그 도시는 마이스로 인한 엄청난 경제문화적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도시에 마이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방문자의 동선에 따라 도시의 경제파급효과가 달라진다. ⒸVM Consulting

마이스 도시는 왜 얼라이언스가 필요한가


그런데 마이스 참가자가 도시에 머물며 소비활동을 하기 위해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줄 기업이나 단체가 필요하다. 전시장은 물론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기업 이벤트 공간으로 독특한 경험을 주는 유니크 베뉴로서 필요하다. 또한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사업자와 항공사, 여행사, 호텔, 식당, 공연기획사, 이벤트사 등 마이스 방문자가 움직일 때마다 이러한 지역의 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온전히 도시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을 모아 지역의 마이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마이스 얼라이언스다.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도시가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성 요소이다.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왜 실패하는가


이렇게 얼라이언스가 중요함에도 지역마다 얼라이언스의 운영 수준에 차이가 나거나 간혹 지지부진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사업자들의 마이스 사업 참여 이유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마이스는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사업자들에게 본업은 아니다. PCO나 PEO를 제외하곤 대부분 마이스는 일종의 부가 사업 또는 신사업이다. 어떤 기업이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즉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거나, 추가적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거나 또는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키울 수 있을 때 사업 참여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결국 얼라이언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위의 목적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원인은 해당 지역에서 어떤 마이스 행사가 열리는지 정보 공유가 안되고, 이는 다시 마이스 사업 참여 기회의 부족으로 이어져 얼라이언스 사업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이다. 수많은 국제회의나 전시회가 열리지만 정작 그 지역의 경제효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모두 마이스 유치나 개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안되어 마이스 참가자들이 그 지역이 아니라 인근의 다른 도시에서 돈을 쓰고 관광을 하기 때문인데, 이는 모두 그 지역의 얼라이언스가 가져야 할 몫을 다른 도시에 빼앗기고 마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두 번째 실패 원인은 코로나 이후 급격히 온라인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오프라인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마이스 방문자가 사라지고 얼라이언스의 가치가 없어지는 데에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단계설과 마찬가지로, 마이스 참가자도 욕구의 단계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마이스를 통한 정보 습득과 기업 홍보, 제품 판매인데, 이 욕구들이 이미 온라인 미팅 기술과 쇼핑 플랫폼으로 해결되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런 기본적 서비스로 마이스를 하는 사업자나 도시는 더 이상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코로나가 마이스 사업에 가져온 변화를 딱 하나만 얘기하라면,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의 도시는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_음식, 자연, 문화, 역사, 산업 등_가 수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역의 얼라이언스 사업자들이 표준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해당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로컬 고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마이스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마이스 참가자의 욕구 단계 ⒸVM Consulting


마이스 도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럼 과연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종의 개방형 마이스 사업 참여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표적 국제 컨벤션 기구인 ICCA는 전 세계 도시로부터 마이스 행사 유치 제안을 받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 먼저 마이스 행사 유치 관련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띄우면 전 세계 도시들이 해당 RFP를 분석하고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후 관련 단체 전문가들이 PT 및 지역 답사를 통해 실사하고 최종 개최 도시를 결정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국제회의 유치 결정 과정이다. 이 프로세스를 이해하면 도시들도 마이스 얼라이언스가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즉 도시가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RFP를 지역 얼라이언스 사업자들에게 공유하고, 얼라이언스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해당 사업 참여의사를 밝히면 지역 관광재단이나 CVB가 최종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다. 이후 현장 실사와 PT 과정에서도 지역 얼라이언스만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음을 부각한다면 그 도시는 타 제안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개방형 마이스 사업 참여 시스템 ⒸVM Consulting


마이스 얼라이언스의 콘텐츠 기획 방법: SER Model


어떤 마이스 행사건 위에서 설명한 시스템과 절차를 통해 평가된다. 결국 제안서에 어떤 차별적 내용이 담겨 있는가가 유치의 결정적 요인이라면, 이는 해당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을 때 유치 경쟁력이 있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각 도시들은 어떻게 차별적인 마이스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을까? 또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어떻게 차별적 프로그램들을 구성하여 도시와 함께 마이스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한 방법이 바로 아래의 SER Model이다. 

SER Model은 국내 경영학계의 구루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명예 교수가 개발한 기업 및 국가 경쟁력 모델인데, 이것을 응용하여 아래 그림처럼 마이스 도시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마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SER Model ⒸVM Consulting


위 그림에서 보듯 S는 Subject로서 마이스 도시나 기업의 경쟁력이 내부 경영 주체에 있을 때를 말한다. 도시 및 기업 철학이나 창업 스토리, 운영 노하우나 직원 역량 등이 핵심 경쟁력일 경우는 이것을 ‘확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즉 관련 워크숍이나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는 직접 포럼을 기획하여 참가자들에게 고유한 철학을 전파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남 진주의 승산 마을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 허만정 GS 창업주, 조흥제 효성 창업주가 모두 한 마을에서 나와 아예 K기업가 정신 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국제 포럼을 개최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대기업들의 경영 철학을 배우러 오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E는 Environment, 즉 외부 환경을 말하는 것으로 도시 경쟁력이 도시의 자연환경이나 산업단지, 또는 로컬 문화 콘텐츠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는 환경을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마이스 참가자들이 자연환경을 여행하거나 산업 단지 투어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다. 경기도 파주 DMZ 생태관광지원센터는 ‘평화’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Walk in Peace (평화롭게 걷다)’라는 마이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R은 Resource, 보유 자원을 뜻하는데 도시의 경쟁력이 보유하고 있는 그 지역의 우수한 건축물이나 전시 콘텐츠, 음식, 로컬 문화 등에 있을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 보유 자원을 활용하여 전시 체험, 액티비티, 건축 투어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제주 본태 미술관이나 서울 LG 아트센터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란 점을 활용하여 전문 해설사의 건축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제주 9.81 파크는 자체 무중력 카레이싱 경기장을 활용하여 기업이나 단체 마이스 참가자들에게 ‘도전’과 ‘승리’의 팀빌딩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해당 도시의 보유 자원(R)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즉 마이스 도시의 경쟁력을 S, E, R로 분석하고 각각의 경쟁력을 확산, 패키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게 되면 마이스 방문자의 만족도를 높여 행사의 자연스러운 유치 확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마이스 얼라이언스가 방문자의 체류시간을 늘린다. 


이렇게 마이스 얼라이언스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방문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마이스 도시의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가치란 방문자가 도시까지 오기 위해 들인 시간이나 비용 대비 얻는 혜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마이스 도시의 경제파급효과 역시도 단순 방문객 숫자가 아니라 방문객수와 체류시간의 곱하기의 함수이다. 방문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저 한두 시간 머물고 떠난다면 마이스 도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이스 얼라이언스의 역할은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경험 콘텐츠의 제공에 있는 것이다.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마이스 도시의 필수 구성원이다. 따라서 마이스 얼라이언스의 성공은 이렇게 도시의 가치를 제공하여 참여 구성원들의 수익 창출과 마케팅 등 실질적인 도움과 연결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