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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Sep 04. 2023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어떻게 전시회를 활용해야 하는가?

칩이 아니라 칩이 내장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어필하라. 

반도체 전시회를 다니다 보면 가끔씩 의아한 부스들을 만나게 된다.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그 위를 다시 반구 형태의 유리덮개를 씌우고 부스 뒤편에 마치 프로그램 코드와도 같은 난해한 영어로 반도체의 장점을 쭉 나열하는 부스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반도체나 톱니바퀴와 같은 내장(embedded) 부품은 부품 그 자체가 아니라 부품이 장착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이해가 빠르다. 특히 전시회는 단 1분 안에 바이어의 눈길을 뺏어야 하는 치열한 마케팅의 장이기 때문에, 반도체의 성능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마케팅의 전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삼성과 SK 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팹리스, 센서, SoC(System on Chip) 등 전문 반도체 설계를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 육성이 시급한 시점에서 한국의 중소 반도체 기업들이 전시회를 참가하는 방법 역시 퍼포먼스 위주의 체험 마케팅으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전시회를 활용하는 법 - 칩이 아니라 칩이 내장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전시하라. 


반도체 기업들이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활용한 전시 마케팅을 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의 준비가 필요하다. 


1. 부스 디자인 - 골방형 동선을 선택하라. 


반도체 기업, 특히 전문 반도체 센서나 팹리스 기업들은 다양한 목적에 맞는 센서나 칩을 설계하기 때문에 설계, 제조된 칩이나 센서가 다양한 용도에 쓰인 다는 것을 어필하는 게 좋다. 이와 같은 목적을 도와주는 부스 디자인은 골방형 동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골방형 동선이란 부스 내부를 섹션 화하여 반도체가 장착된 완제품이나 서비스의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방법이다. 부스의 벽면을 따라 몇 가지 주제의 섹션으로 구분하고 부스 가운데에서는 테이블에 반도체나 센서를 배치하고 스텝이 방문자들과 자유롭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SoC인 경우 엔진 제어, 브레이크 제어, 안전 시스템, 편의 시스템 등의 퍼포먼스를 각각의 섹션 코너에서 실제 자동차에 적용된 성능을 보여주고 가운데 테이블에선 실제 SoC를 스텝이 보여주며 소통하게 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이 바로 이와 같은 골방형 동선의 부스 디자인 예시이다. 

부스 디자인 _ 골방형 동선 구성 (Source: VM Consulting)


2. 바이어 상담 - 트레일러 브리핑을 준비하라. 


전시회 현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어를 만나게 된다. 반도체 기업이 타깃팅하는 바이어가 한 종류라면 상관없지만 현지 생산을 위한 Vendor나 현지 유통을 위한 Wholesaler, 최종 구매자인 End User, 그리고 홍보를 위한 현지 언론 기자 등 다양한 고객층이 타깃일 경우 각각의 바이어에 맞는 브리핑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고객별로 브리핑을 하는 것을 트레일러(Trailer) 브리핑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 편의 영화 홍보를 위해 고객 취향별로 다양한 예고편(Trailer)을 만드는 방식에서 가져온 말이다. 


만약 현지 생산 파트너(Vendor)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에 맞는 브리핑이 필요하다. 즉 주문 물량, 주문 조건, 소싱 업체 혜택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고 현지 유통을 위한 Wholesaler라면 유통 단가나 유통 마진, 유통 주기, 유통업체 혜택 등을 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기 전에 미리 부스 스텝들에게 브리핑 방식을 교육한다면 현장에서 어떤 종류의 바이어들을 상대하더라도 자신 있게 응대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트레일러 브리핑을 정리한 것이다. 

고객군별 트레일러 브리핑 방법 (Source: VM Consulting)


3. Sales Lead를 Sales로 - 바이어 미팅 후 Why라고 질문하라


전시회는 계약이 아니라 계약으로 연결될 만한 건(Sales Lead)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Sales Lead를 전시회 이후 Sales로 연결하기 위해선 정확히 바이어가 우리 반도체 제품에 대해 어떤 이유로 거래하기 원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전시회 종료 후 사무실에 돌아와 그 피드백을 얻으려면 전시회는 이미 끝난 다음이기 때문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시회에서 바이어와의 미팅이 끝나자마자 why?라고 물어보면 바이어가 Because 가격이 가장 낮다, 품질이 세계 최고이다, 유일한 제품이다 등 다양한 답을 줄 것이다. 이 답을 가지고 전시회 이후 Sales 연결 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이렇게 바이어의 피드백을 현장에서 얻으면 전시회 이후 자연스레 Sales Lead를 중요도별로 전사적으로 업무를 분장하여 Sales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흔히 전시 담당자가 전시회 이후 계약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전시 담당자는 어디까지나 전시회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Sales Lead를 가져오는 것이 주목적이고, 이를 Sales까지 연결하는 것은 회사의 전 직원이 그 업무와 중요도에 따라 분배하여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역할 분배가 제대로 안되면 늘 전시회는 담당자 입장에서 힘들고 부담스럽고 책임져야 할 껄끄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전시회 - 고객과의 체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라.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각국의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Chat GPT 등 새로운 AI 시장의 출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는 이때, 전시회는 한국의 중소 반도체 기업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명확하고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온라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때, 오프라인 전시회에서 바이어를 사로잡으려면 반도체의 우수성을 장황하게 나열하지 말고 반도체 칩이 내장된 완제품들의 우수성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한 개의 부스로 참여하거나 공동관으로 참가하더라도 위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분명 기존의 참가방식과는 다른 성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 시대에 전시회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날로그적 마케팅 수단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할 체험 마케팅으로 글로벌 전시회를 활용한다면, 분명 한국 중소 반도체 기업들이 훨씬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하고 투자와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 위 내용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CES 2024에 참가하는 한국 반도체 센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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