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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Dec 25. 2017

한국 전시회는 왜 바이어가 오지 않는가?

바이어는 유치하는 게 아니라 초대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외 수출 비중     


2016년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63.9%였다. 이는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수출 비중으로 봤을 때는 2017년 기준 미국이 12%, 중국이 24%였다. 이렇게 한국 경제에 있어 수출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고, 또한 미국이나 중국 등에 의존도가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구가 적고, 내수 소비의 위축이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의지할 곳은 수출뿐이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수출 주력 제품들 역시 내수보다는 수출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 온 것이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활로를 개척함에 있어 우리 물건을 사줄 사람, 즉 해외 바이어의 존재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수십 년간 전 세계의 전시회를 참가하며 시장을 개척해 왔다.      


전시회의 거래 기반 속성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이 왜 전시회를 필요로 하는가? 먼저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전시회-무역 전시회에 대해 간단히 정의해보자.       


<무역 전시회 – Trade Show의 의미>     

Trade show means a conference, convention, or meeting organized and managed by a company or association that brings multiple sellers together with multiply buyers.      


위의 정의는 ‘Tradeshow and Event Marketing’의 저자 Ruth P. Stevens가 그의 책에서 말한 것이다. 번역하면 전시회는 복수의 판매자와 구매자들을 위하여 기업이나 협회 등이 조직한 컨벤션, 콘퍼런스 또는 만남을 의미한다. 결국 무역을 위한 전시회에서 바이어나 셀러 어느 한쪽이 없다면 그것은 무역거래 기능을 상실한다는 의미가 된다. 


전시 참가기업 즉 Exhibitor가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한다면, 바이어는 거꾸로 왜 전시회를 방문하려고 할까? 바이어가 바라보는 전시회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바이어 관점에서 전시회의 강점>   

1) 전시회는 직접 제품을 보고, 담당자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 전시회는 바이어에게 구매 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3) 전시회는 기업 최고 의사 결정자를 만날 수 있다.      


한국 전시회에 바이어가 없다면국내 기업들은 참가해야 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다     


서두에서 설명하였다시피, 대외 의존적 한국 경제에서 해외 바이어와의 마케팅 활동을 배제하고 수출 경제의 활성화를 설명할 마땅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을 통한 성장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이 바이어와의 만남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시회가 소용이 없다면, 한국 경제구조에서 전시회는 그다지 존재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해외 바이어의 당위성을 이렇게 정리해 놓고서도, 왜 우리나라 전시회는 바이어가 오지 않는 것일까? 바이어는 한국을 싫어하는 것인가? 아님 한국 전시회에 볼 것이 없는 것인가?      


해외 바이어는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초대하는 것이다. 


Buy-er라는 영어단어를 풀이해보면, 바이어는 결국 구매를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여기서 ‘Buy’ 보다 ‘er’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즉, 바이어는 사람이다. 어느 한 사람이 먼 타국으로의 비즈니스 여행을 떠날 때, 단순히 전시회 하나만을 보러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전시장에서의 미팅, 그리고 그 국가의 산업 인프라, 기업 공장 등 비즈니스 현장 방문, 나아가 그 도시의 문화를 향유하는 Cultural Tourist가 되길 원한다. 우리가 해외 출장을 갈 때의 동선을 떠올려보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바이어 마케팅 형태를 보면 지난 10여 년간 늘 패턴이 똑같았다. 바이어를 '유치'하기 위해서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한다. 전시회 현장에서 수출상담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간단한 쇼핑이나 관광 등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님 그 이상의 계획은 없다. 근본적으로 '유치'는 사람한테 쓰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자본 유치, 자원 유치 등 물적 재화를 투자하도록 만드는 행위에 쓰는 단어다. 사람에게는 '유치'가 아니라 '초대'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 디즈니랜드가 세계적 테마파크로 명성을 날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객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초대한다는 마인드로 일하기 때문이다. 초대의 관점으로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람이 방문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의 전 시간을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방문객을 초대한다는 맥락에서 보면 위와 같은 바이어 마케팅의 반복으로는 바이어가 한국 전시회를 보러 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된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한국 전시회는 반나절이면 다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회에서의 수출상담회만을 위해 비행기를 열몇 시간 타고 오는 바이어가 몇이나 되겠는가? 방문 목적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주최자도, 지원기관도 사람이라는 관점에서의 바이어 마케팅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바이어는 체류기간동안 전시회 방문이외에도 현지 산업인프라를 둘러보는 비즈니스 트래블러로, 도시의 문화를 즐기는 컬처투어리스트로 변모한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 전시회에 해외 바이어가 없다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그 비싼 출장비와 많은 시간을 들여 해외 전시회를 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 전시회는 만날 고객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시회의 바이어 초대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산업계와 도시의 관광, 문화가 어우러지는 통섭적 시각에서 고민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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