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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by 최정식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 때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때로는 깊은 고민을 안고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쌓여가는 글들이 나의 흔적이 되었고, 하루하루의 의미가 되었다.


하지만 문득,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글쓰기가 익숙해질수록, 그 안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형식적인 습관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래서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동안 썼던 글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그 안에 담긴 나의 흔적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어떤 글은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가슴을 울렸고, 어떤 글은 미완성의 이야기처럼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멈춘다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다시금 영감을 얻었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다. 때로는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쉼 속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곧, 다시 새로운 이야기들을 써 내려갈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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