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란 무엇일까요. 하얀 종이에 첫 줄을 적는 일, 세상에 없던 노래를 부르는 일, 혹은 머릿속에 있던 감정을 하나의 이미지로 옮겨오는 일이겠지요. 그 순간, 사람은 세계를 구성하는 한 명의 ‘창조자’가 됩니다.
하지만 창조란 홀로 빚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써 내려가는 언어도, 마음속에서 불현듯 떠오른 선율도, 사실은 이전 누군가의 숨결과 흔적을 딛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창조는 고독한 것 같지만, 실은 사회적 기억 위에 올라선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작권이라는 제도는 그 모순적인 지점을 껴안고 있습니다. 개인의 창의성을 보호하면서도, 공공의 순환을 막지 않기 위한 아주 섬세한 균형. 그것은 일종의 ‘경계선’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어디까지가 나의 것이고, 어디부터가 우리 모두의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자주 머뭇거리게 됩니다. 어떤 이는 단 하나의 표현도 넘보지 말라 하고, 또 다른 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 창조의 경계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더욱더 그 경계 위를 걷고 있습니다. 복제는 쉬워졌고, 공유는 일상이 되었으며, 창작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합니다. 이제 창조는 특권이 아닌, 모두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경계선은 과거처럼 단단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물처럼 유연해야 하고, 대화처럼 열려 있어야 하며, 때로는 흐릿하게 흔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창조의 경계선은 결국 법으로만 그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선은 마음의 윤리로, 공동체의 신뢰로, 그리고 타인의 창조를 향한 존중으로 그어져야 합니다.
한 사람의 표현이 다른 사람의 삶에 스며들 때, 그것을 훔쳤다고 할 것인지, 함께 나누었다고 할 것인지, 그 판단의 기준은 단지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창조의 경계선 위에 선 우리는, 더 깊은 존중과 더 넓은 이해로, 보다 아름다운 창조의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으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