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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홍콩 — ‘공명(共鳴)’의 시간

by 최정식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목적지는 홍콩이지만, 우리가 진짜 향하는 곳은 ‘서로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온 가족이 처음으로 여권을 꺼내고, 함께 비행기에 오르고, 낯선 골목을 걷는다는 건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바로 ‘공명(共鳴)’의 여정입니다. 여행 중 아이는 익숙하지 않은 간판과 음식에 눈을 반짝이고, 부모는 길을 찾느라 분주하면서도, 서로의 표정을 살핍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입맛이 맞지 않아 투정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조금 더 ‘동조’되기 시작합니다.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듯, 우리의 감정과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울리는 것입니다.


공명은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함께 보는 풍경, 함께 먹는 음식,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문득,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그 작은 울림이 쌓여, 가족이라는 관계를 더 깊이 있게 연결해 줍니다.


이번 여행은 단지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경청’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다시금 ‘가족’이라는 이름을 새기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더라도, 홍콩의 어느 거리에서 울렸던 우리 가족만의 작은 공명의 기억은 삶의 소음 속에서도 잔잔히, 그러나 깊이 울릴 것입니다.


이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사진 몇 장이 아니라, 같은 순간을 함께 울렸던 한 번의 떨림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른 뒤 더 깊이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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