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이 살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언제나 그리 유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순간이 더 많습니다. 그렇게 보면, 삶은 '자연스러움'과 '반동'이라는 두 힘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성이란 억지로 꾸미지 않은 상태, 말하자면 존재 그 자체의 흐름을 말합니다. 아이가 자라듯, 계절이 바뀌듯, 사랑이 생기듯, 모든 것은 그 나름의 리듬과 방향을 가지고 스스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흐름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태도는 받아들이고 관찰하며 자신을 열어놓는 일입니다. 그것은 결코 무기력한 순응이 아닙니다. 오히려 깊은 신뢰와 감각 위에서 가능해지는 '함께 흐름'입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그러한 자연성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불확실성 앞에서 본능적으로 긴장합니다. 과거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 상처를 피하려는 자아의 방어기제는 흐름을 멈추게 하고, 때로는 되돌리려는 반동으로 이어집니다. 애써 떠나보낸 사람을 다시 붙잡고 싶어 하거나, 이미 기울어진 결정을 부정하며 회귀하려는 심리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반동은 결코 비난받아야 할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문제는 그 반동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질 때입니다. 흐름을 거스르고자 할 때, 삶은 정체되며, 에너지는 불안으로 바뀌고, 결국 자신을 스스로 가두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연성과 반동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입니다. 삶의 어떤 국면에서는 반동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반동은 때때로 성찰과 회복을 위한 휴식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머무르되 집착하지 않고, 다시 흐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비로소 삶은 고여 있지 않게 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흐름 속에서 멈추는 자신을 인식하고, 그 멈춤조차도 흐름의 일부로 껴안는 일입니다. 자연성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흐름에 자신을 맡길 수 있을 때 안에서 피어납니다. 그리하여 반동조차도 자연의 일부로 수용하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에 온전히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니 때로는 멈추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멈춤이 ‘흐름의 끝’이 아님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