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키스캠-결정적 순간의 윤리학

by 최정식

최근 한 커플이 콜드플레이 콘서트장의 키스캠에 포착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화면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보였습니다. 몇 초에 불과한 이 장면은 순식간에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고, 결국 그들의 삶과 커리어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그저 우연히 카메라에 잡힌 하나의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초래한 결과를 보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이 지닌 무게는, 바로 삶을 뒤바꾸는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의 힘을 상기시켜줍니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일상의 소음 속에 묻혀 지나가지만, 때때로 단 하나의 장면이 인생 전체의 방향을 새롭게 정의해버리기도 합니다. 그 장면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한순간의 표정과 반응,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해석이 개인평판과 인간관계, 심지어 자아 정체성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그 결정적 순간을 더욱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휴대폰 하나면 어떤 장면이든 기록되고, 무한히 복제되며,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거쳐 새로운 의미로 확산됩니다. 내 안의 작은 순간이 더 이상 내 것만이 아니게 된 지금, 우리는 장면을 통제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마음의 중심입니다.


사실, 한 장면이 인생 전체를 바꾸는 일은 인류의 역사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것이 드문 사건이었던 반면, 지금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단지 ‘조심함’이 아니라, 매 순간을 존재의 중심으로 삼는 결정적 순간의 윤리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지금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 마주하는 사람과의 눈빛 하나, 무심코 지은 표정 하나가 어떤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인가. 그 장면은 나를 어떻게 말하게 될 것인가.


삶은 서사입니다. 긴 이야기로 구성되지만, 때로는 단 하나의 장면이 그 이야기를 모두 재정의합니다. 그렇기에 단 한순간도 허투루 살아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삶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 찾아올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장면을 살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keyword
이전 06화은혜의 책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