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조금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모든 것을 모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식이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지식이 열어 준 시야 속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거대한 연결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은, 연관성을 모른 채 흩어진 점 몇 개를 쥐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연관성은 단순한 연결의 기술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며, 그 위에 구조와 의미가 형성되는 것은 지식이 양적으로 쌓여서가 아니라, 관계망 속에서 서로를 비추기 시작할 때 일어납니다. 부분의 지식이 전체의 이해로 전환되는 순간, 우리는 ‘아는 자’라기보다 ‘배워가는 자’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이 겸허함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내적 갈망을 깨우는 불씨가 됩니다.
미지의 영역은 더욱 넓게 펼쳐지고, 그 미지는 오히려 우리의 사유를 확장시킵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길수록, 지식은 단편이 아닌 맥락 속에서 의미를 띠게 됩니다.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를 깨닫는 일입니다. 모든 것은 이 연관성에 달려 있습니다. 그 연관성을 보는 순간, 지식의 무게는 단순한 정보의 집적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를 잇는 다리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무게가 우리의 사유를 더욱 깊고 넓게 이끌어, 마침내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라 ‘이해의 순례자’로 살아가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