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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roup, Out-group

by 최정식

‘윌호이트 법칙’의 한 문장이 인상적입니다.“법이 보호하되 구속하지 않는 집단이 있고, 법이 구속하되 보호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철학의 해석이 아니라, 한국 사회 권력 구조의 실상을 설명하는 현실의 언어입니다.


재벌 총수는 횡령과 배임으로 법정에 서더라도 ‘경제 기여’라는 명분으로 사면됩니다. 정치권 인사는 면책 특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유지합니다. 관료집단은 법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유리한 면책 장치를 제도화합니다. 이들은 모두 ‘In-group’입니다. 법은 그들에게 느슨하며, 처벌은 형식에 그칩니다.


반면, 비정규직·하청노동자·사회적 약자는 다릅니다. 법의 제약은 이들에게 즉각적이고 무겁게 적용됩니다. 불법 파업에는 강경 진압이, 공권력에 대한 저항에는 실형이 뒤따릅니다. 법의 보호는 ‘가능성’일 뿐, ‘현실’이 되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정치적 진영의 변화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In-group은 그대로입니다. 얼굴과 진영이 바뀔 뿐, 권력과 자원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는 법이 이미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지배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형식적 평등이 실질적 불평등을 가리는 순간, 법은 신뢰를 잃습니다. 국민이 법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법은 더 이상 사회계약의 기초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냉소와 불신, 그리고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문화입니다.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면권 남용, 면책 특권, 경제 명분형 감형, 선택적 법 집행을 해소하지 않는 한, 그 선언은 위선의 가면에 불과합니다. 법이 강자를 비켜가고 약자를 짓누르는 사회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허구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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