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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담판, 한국 외교의 경고등

by 최정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배제됐습니다. 협상 당사자가 빠지고 대국끼리만 판을 짜는 구조입니다. 이 장면은 한반도 문제에서도 재연될 수 있습니다.


키신저의 시각으로 보면, 국제정치는 법과 도덕의 논리가 아니라 힘의 구조에 따라 움직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영향력의 결과입니다. 힘을 행사할 수 없는 국가는, 설사 직접 당사자라 해도 판 밖으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그리고 판에서 배제된 국가는, 협상의 주제가 아니라 협상의 ‘거래 카드’가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이런 현실주의적 계산에 충실합니다. 그는 다자 틀과 절차를 거치기보다 판을 단순화해 상대와 일대일 거래를 선호합니다. 당사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대국이 의제와 결과를 먼저 결정하고, 이후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입니다. 한반도 문제에 이 접근이 적용되면, 북미 양자 협상에서 한국이 협상력 없이 사후 통보만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막으려면 한국은 사전에 판에 올라야 합니다. 한·미 고위 채널과 의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참여를 협상 구조에 제도화해야 하며, 중국·일본·유럽연합 등과의 다층 외교를 병행해 대안 무대를 유지해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 배제’가 가져올 정치·전략적 비용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여론전이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배제가 현실화된다면, 즉각 수정·보완안을 제시하고 합의 이행을 견제할 수 있는 대응책이 준비돼야 합니다.


알래스카 회담은 한 장면의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힘의 역학을 보여주는 교과서입니다. 판에 오르지 못하면 판 위의 말이 된다는 키신저의 경고를 한국 외교는 되새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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