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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름

by 최정식

요즘 들어 자꾸만 시간이 빨라졌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면,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치닫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쏟아지는 전화와 메일에 정신이 쏠리고, 아직 시작도 못한 보고서를 걱정하면서 마음은 한 발 앞서 달려갑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는 늘 짧고, 나는 늘 쫓기는 듯합니다.


조급해질수록 말은 빨라지고 목소리는 높아집니다. 숨이 짧아지며 불안이 그대로 드러나고, 상대에게는 긴장으로, 나 자신에게는 피로로 남습니다. 반대로 호흡이 차분해지면 목소리가 낮아지고 말이 부드러워지며, 같은 하루도 훨씬 길고 여유롭게 흐릅니다. 마음의 리듬이 하루의 얼굴을 바꿔 놓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래서 삶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리듬을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허겁지겁 흘려보낼지, 아니면 의미 있게 채워낼지는 내가 어떤 마음의 속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 마음을 서두름에서 건져내어, 지금 이 걸음에 맞추면 비로소 하루가 선물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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