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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지구 재편 구상

GREAT Trust

by 최정식

가자 재편 구상 속에서 등장한 GREAT Trust(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재건 기구라기보다는, 민간 자본과 글로벌 컨설팅 그룹이 주도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에 가깝다. 이 프로젝트는 토니 블레어 연구소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공동으로 설계하였으며, 가자지구를 관광과 첨단산업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제연합이나 적십자 같은 기존 국제기구를 우회하고, 민간 신탁 형태의 구조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REAT Trust는 스위스에 법적으로 등록되어 중립성과 투자 편의성을 확보했으며, ‘재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 펀드에 가까운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계 벤처 자본, 부동산 개발 자본이 참여하였고 걸프 지역 재벌과 글로벌 기업의 자금 유치를 시도하였다.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ODA) 대신 민간 투자와 부동산 개발 방식을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신탁의 전위 조직으로 활동한 것이 GHF(Gaza Humanitarian Foundation)였다. GHF는 가자지구에서 식량과 구호품을 배급하며 진입했으나, 전통적 인도주의 조직과 달리 민간 군사기업을 동원했다. Safe Reach Solutions와 같은 PMC(Private Military Company)를 활용한 결과, 민간인 희생이 발생했고 이 사건은 ‘구호의 군사화’라는 국제적 비판을 불러왔다. 이로써 GHF는 인도주의를 시장 논리에 종속시키고, 구호 활동마저 무력화시킨 사례로 지목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핵심 쟁점이 존재한다. 첫째,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 점령지 주민의 강제 이동은 제네바 협약상 불법이며, 민간 군사기업을 통한 인도주의 활동 역시 국제인도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둘째, 인도주의의 상업화 문제다. ‘구호 → 투자 → 인구 관리’로 이어지는 구조는 인도적 지원의 본질을 경제적 효율성에 종속시켰다. 셋째, 정치적 정당성의 결여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나 국제기구는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주요 아랍 국가나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승인을 얻지도 못했다. 그 결과 GREAT Trust는 외부 세력이 주도하고 내부 합의는 배제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전략적 의미를 보면, GREAT Trust는 전통적 국제 질서를 우회하는 새로운 질서 실험이다. 국가와 국제기구가 아닌 민간 컨소시엄이 분쟁 지역을 재편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이스라엘 보수 진영과 트럼프 행정부의 개발 논리와 맞물려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학적 접근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다. 이 사안은 단순히 경제나 행정 개조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정체성, 국제법이 얽혀 있는 사안이다. 외부 설계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안정이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저항과 갈등을 낳을 위험이 크다.


결론적으로, BCG 주도의 GREAT Trust는 민간·투자·군사 복합체를 통한 혁신적 거버넌스 실험이지만, 정당성 결여와 인도주의 상업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금과 실행력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사회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와 안정적 질서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는 “정당성 없는 안정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국제정치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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