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출근길은 매일의 전투와도 같습니다. 붉은 신호등, 밀려드는 차량들, 그리고 유난히 좁게 느껴지는 도로. 이른 아침부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역시 그 흐름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서서히 멈춥니다.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꽉 막힌 차선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밀려 있는 차량을 보며 무심코 한숨을 내쉽니다. "왜 이렇게 일이 많고,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삶의 무게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입니다. 문득, 백미러를 통해 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만 이 길에 갇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차량의 행렬은 제 뒤에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 나만 힘든 건 아니지." 뒤차의 운전자를 상상해 봅니다. 아마도 저처럼 바쁜 일정에 쫓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중요한 면접을 향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병원에 가야만 하는 절박한 사연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막막했던 저의 상황은 가벼워졌습니다. 나만 막힌 도로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이윽고 신호가 바뀌고, 차량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전방만 바라보며 초조했던 마음이 뒤를 돌아봄으로 달라졌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입니다.
삶도 출근길의 교통체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 놓인 장애물과 어려움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무게에 짓눌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혹은 나를 따르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내가 유일하게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막혀 있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의 안도감은 앞으로의 여정을 견디게 하는 작은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저는 다시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조금씩 전진하는 차량들 사이로 희미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끝, 그곳을 향해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