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지

by 최정식

어느 순간부터 관계의 외연을 넓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데 인색해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에게는 그것이 차가워짐이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일은 늘 판단과 책임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관계 하나가 차지하는 무게를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는 감각이 점점 또렷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관계를 넓히는 것이 능력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을 많이 알고, 두루 잘 지내는 것이 곧 유연함이자 리더십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 것은, 관계의 수가 늘어날수록 감당해야 할 감정의 결은 오히려 거칠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설명해야 할 말은 많아지고, 오해를 조정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과업의 본질을 잠식해 갔습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부터는 경계를 긋기 시작했습니다. 확장하지 않기로, 불필요한 친밀로 흘러가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렇다고 관계를 끊어내거나 축소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이미 형성된 관계 안에서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감을 조정해 갔습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역할과 기대가 명확한 관계. 말이 많지 않아도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 관계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선택은 관계를 줄이기 위한 방어라기보다, 관계를 소모하지 않기 위한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호의에 감정으로 응답하지 않고, 모든 친절을 친밀로 오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관계의 수는 늘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관계들은 오히려 단단해졌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순간이 조금씩 늘어났고, 불필요한 감정 소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경계를 긋는다는 것은 사람을 밀어내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확장을 멈추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계를 정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관계를 많이 갖는 삶이 아니라, 관계 하나하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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