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은 해방 후 반민족 행위 처벌 법정에서 자신의 배신과 변절을 정당화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늘어놓습니다. 그는 일본 제국의 부역자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을 마치 어쩔 수 없는 결과였던 것처럼 말하며, 스스로를 변호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청중은 그가 내세우는 ‘어쩔 수 없음’이라는 논리가 자신의 이익과 안락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염석진의 합리화는 마치 그동안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수탈과 강압을 정당화하려는 일부 주장들과 닮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사죄의 제스처를 취했으나, 그 행위들이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축소하거나 유보하려는 행위는 염석진의 자기 합리화처럼 비판을 면치 못합니다.
한일 관계 개선은 중요한 문제이며, 경제적 협력과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명확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과거를 단순히 지우거나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염석진이 법정에서 내뱉은 자기 변호가 빈 껍데기에 불과했듯이,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관계 개선은 결국 표면적일 뿐입니다. 한일 관계개선 60주년을 앞두고 벌어질 여러 행사들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모색할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