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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주는 공백

by 최정식

기다림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초침은 계속 움직이지만, 마음속 시간은 멈춰버린 듯 고요합니다. 그래서 탄핵의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도,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도 결국 그 본질은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들은 공허하고 정지된 듯하지만, 사실은 내면에서 다양한 감정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순간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입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생각은 한 곳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허함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불안, 기대, 두려움, 설렘과 같은 수많은 감정이 고요히 쌓여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되새기고, 미래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성찰합니다.


이렇듯 멈춰버린 듯한 시간은 오히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 공백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감정은 정리되고, 삶의 방향은 천천히 잡혀갑니다. 이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오히려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렇기에 기다림 속의 공허함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는 깊이 있는 과정입니다. 멈춘 듯한 시간 안에서 불확실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가올 순간을 차분히 준비합니다. 이 고요함이야말로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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