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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by 최정식

윌리엄 골딩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 <<파리대왕>>은 문명이 사라진 환경에서 인간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갇힌 소년들은 처음에는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점차 이성이 무너지고 야만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해갑니다. 문명의 상징이었던 규칙과 도덕은 힘 앞에서 무력해지고 공포와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최근의 국내외 정세를 보면 <<파리대왕>>이 그린 비극적인 전개가 단순한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지금 문명의 규칙과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무력 충돌과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힘이 곧 정의라는 냉혹한 논리가 다시금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공존과 합리적 토론보다는 대립과 배제가 난무하고 민주적 원칙이 도전 받고 있습니다.


<<파리대왕>>에서 랄프의 지도력은 초기에는 합리성과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소년들은 점차 잭이 이끄는 원시적인 힘의 논리에 매료됩니다. 공포와 분열이 확산되자 협력과 질서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는 방식이 정당화됩니다. 이것은 역사에서 수없이 목격한 야만성의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영화 속 소년들이 문명의 질서를 포기하고 폭력에 휩싸였듯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인권, 자유, 법치와 같은 가치들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인류가 지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문명의 기둥입니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파리대왕>>의 소년들처럼 야만으로 회귀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문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원칙에 대한 신념이 필요합니다. 법과 윤리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공포와 폭력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문명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야만으로 회귀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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