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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by 최정식

언젠가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게 된다. 학교든, 직장이든, 오랫동안 함께한 공동체든, 떠나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어떤 이는 조용히 사라지고, 어떤 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더 나아가, 누군가는 “오, 선생님이여, 나의 선생님!(O Captain! My Captain!)”이라는 외침 속에 존재를 각인시키며 떠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은 전통과 규율로 단단히 묶여 있던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단순히 영어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체제와 부딪히며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의 퇴장 순간, 학생들은 책상 위에 올라서며 그가 남긴 가르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 장면은 ‘어떤 떠남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직에서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이 아니다. 관계와 역할의 종료이며, 한 시대의 마무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떠남이란, 남겨진 사람들이 존재를 기억하고, 남긴 가치를 이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존 키팅은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며,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을 뿐이다. 그리고 떠나는 순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마지막 교훈을 남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떠나야 할까??
떠나는 순간이 슬픔과 아쉬움만이 아니라, 존경과 감사로 기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결국 자신에게 영감을 준 존재를 기억한다.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보다, 삶의 태도로 영향을 준 사람을 오래 떠올린다. 함께했던 이들이 부재를 아쉬워하며, 남긴 신념을 따르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잘 떠난’ 것이 아닐까?


떠남을 두려워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다. 그리고 그 흔적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면, 존재는 책상 위에 올라 외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오, 캡틴이여, 나의 캡틴! 그렇게 불리며 떠날 수 있다면, 충분히 잘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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