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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커넥션

by 최정식

집착이란 무엇인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윌리엄 프리드킨의 《프렌치 커넥션》(1971)은 이 질문을 냉혹하게 직시한다.


주인공 지미 "포파이" 도일(진 해크먼)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마약 조직을 쫓는 과정에 집착하게 되고, 목표는 그대로지만 행동은 점점 맹목적으로 흐르게 됩니다. 뉴욕 거리에서 벌어지는 광기 어린 추격전 역시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증명하려는 강박에 가까워 보이며, 그렇게 집착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불러오고 맙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를 쫓을 때, 정말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집착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오히려 깊은 무력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목표가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존재로 변하게 됩니다.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순간이 오면, 이미 집착의 늪에 빠져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일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공허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그가 잘못된 목표를 향해 달렸기 때문이 아니라, 목표를 쫓는 행위 자체가 그의 전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현실에서도 반복됩니다. 인간은 때로 성공을 꿈꾸지만, 정작 성공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그 과정에 스스로를 가둬버립니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 강박이 되어버릴 때, 그 관계는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목표 자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쫓는 행위’ 그 자체이며, 그것이 멈추는 순간 의미를 잃어버리는 존재가 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도일의 광기 어린 질주는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혹시 우리도 저마다의 "프렌치 커넥션"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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