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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Dec 28. 2020

잘했어, 우리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밤 사이 뉴스를 보고 이만 접었다.

그리고 당장 친구와 톡을 했다.
제주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강의도 미리 빼고 싹 비워놓은 제주의 3일

절대 취소 없는 비행기표를 반납해야 하는 오늘 무엇보다 친구와 둘이서 떠나는 여행은 첨이라 많이 아쉽고 아쉽다.

겨우 며칠 남겨두고 떠나기도 쉽지 않다.

진작 떠날걸, 무조건 떠날걸,
바쁘다는 사실로부터 늘 미뤄진 순위,
여행도 타이밍이구나 싶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나마 한적한 곳을 걷자고 했다.
목적 없이 애월 바다를 둘러
제주를 한 바퀴 돌며 느리게 걷자 그랬는데
그것도 어려우면 호캉스, 그렇게 지긋이 게을러도 좋겠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밤 사이 심각해진 제주. 이러는 게 맞다.
어제까진 간신히 끌어안고 있던 제주
모처럼의 휴가를 자진 납세한다.
예약해둔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
위약금이 얼마나 나올까, 싶지만
상관하지 말자.

인적 없는 길을 걷는 여행

사려니 숲길과 비자림 숲길, 새별 오름.
생각만 해도 바람이 통했는데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 숲 내음을 그리며 설레었는데
그림 같은 바다와 커피 생각, 그래서 잘 버텼는데
대신 그날 가까이 걷자 그랬다.
팔공산 둘레길도 좋고

앞산 숲길도 좋고, 동네 산책길도 좋고

그래,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애써 겨울바람이 부는 제주의 숲과 바다를
품는다. 잘했어, 우리


몇 주전 서랍 속 글을 꺼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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