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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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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Dec 28. 2020

일요일 아침이잖아요,


좋은 아침이에요.
일요일 아침이잖아요
어제 늦게 잤는데도 일찍 일어났거던요.
라떼예요, 향기나는 바닐라 라떼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아요
달달한 맛, 은 자주 다정해서 찾아요
아침 햇살이 남쪽 하늘로 퍼지네요
눈부신 빛으로요. 정지된 듯 공평하게요.

이제 제 시간이 왔어요
틈틈이 사이사이 쉼표,를 찾지 않아도
온통 내 것 같아요.
널린 시간을 펼치고 걷지 않으려고요.
그냥 손 대면 가질 수 있는 기쁨도 누려보려고요
일 년을 하루같이,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거던요
아낌없이 눈 맞추고 이야기 나누었거던요
할 수 있는 만큼요.
하고 싶은 일은 그 후에 더 벅차올라요
그 순간 후회 없이 행복하길 원했고
바람처럼 행복했고 보람은 진실로 자랐어요
더불어 잘 누렸어요. 고마운 일이지요.
이런 소소함, 어떤 순간의 그림은
그대로 빛 없이도 숨 쉬거던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날 수업이 마지막이었어요.
비교적 그동안 이곳의 학교는 철저한 안전수칙이
잘 지켜진 가운데 대면 수업이 이루어졌거던요.
그래서 한동안 몹시 바쁘기도 했던 모든 일정을
클리어하고 나니 문득 느슨해졌어요.
쏜살같은 시간이 느리게 와서 좋아요.

스스로 토닥토닥해줬어요.
기특하고 대견한 자신에게 요
오래 힘들었을 텐데도
더불어 함께 해준 모두의 마음에게도 요.

동지 때 새알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다행히 나이는 한 살만 먹을 거여서 괜찮았어요.
이렇게 찬찬히 나이 듦이 좋아요.
거꾸로 옛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하루하루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어요
앞으로의 나와 시간을 기대해요.
이 겨울나무 나이테의 속 깊음처럼 요.


이제 한동안 오래 쉴 수 있어서 좋아요.
푹 겨울품에 잠겨 가만가만 게을러보려고요.
쌓인 책들 한 권씩 꺼내보면서요.
오로지 나만의 시간으로요.
비워내는 시간으로요.
모두가 온전하진 않아도
모두가 고마운 것들 투성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 밖에서 안으로 앉습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따라 깊어지겠지요?
아주 조금씩만요,

어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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