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조건 나 혼자 놀기로 했다. 아무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다녀왔다. 부처님께 마음 모으고 두 손 모았다. 문득 엎드린 미간 사이가 뜨거워졌다. 어느 마음자리의 평온과 뜻 살림이 이루어지길 바랬다. 지혜로운 초 하나 밝히며 잘 되리라 믿었다.
그 후 합천 해인사 소리길을 걸었다. 나무 그늘 속에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길 따라 맑은 소리가 났다. 끝까지 걷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그늘 속에서만 걸었다. 그리고 돌아 나왔다. 곧 뜨거우면 그늘 품에 안겼다. 여러 번 와본 곳이었지만 혼자라는 느낌은 전혀 색다른 공간을 보여주었다. 길 곳곳의 나무들이 이고 산 세월의 거룩함으로 새겨진 고목들의 삶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검색한 카페를 찾았다. 뜻밖에 만난 풍경이 푸르게 예뻤고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아름다운 능소화. 해인사에서 20 여분. 그리고 카페에서 집까지 55분이라고 네비가 알려줬다. 그러고 보면 고속도로로 직행하는 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었다. 내 오차를 줄여주는 길 안내자인 네비를 매 순간 사랑한다. 왠지 으쓱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돌아 나가는데 머지않아 이정표가 보인다. 합천과 성주의 경계를 말해주는 이정표 하나 사이에 두고 산을 넘으면 그 산인데 갈라져 있었다. 표 나지 않는 산.
그 산을 너머 구비구비 산길을 달렸더니 낯익다. 대구 왜관 이정표. 왠지 안심이 되는 글자들이 선명할수록 길은 쭉 열려서 잘 달려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