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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28. 2021

차가운 여름


무리하지 않아야겠기에 오늘은 꼼짝 않고 푹 쉬는 중이다. 좀처럼 차가워질 수 없는 여름 창은 닫고 집안의 차가움을 켜고 가두었다. 차마 버릴 수 없는 열기 속으로 스며든 공기. 곳곳의 공간을 남김없이 식혀주었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 바깥 풍경을 보았다. 드리워진 나무들, 드리워진 하늘의 연한 푸르름이 바삭하게 가벼워져 더욱 높아만 갔다. 그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바람 한점 없는 빛으로 멸균하는 그 모든 것들의 평화 같았다. 그러나 쉽사리 바깥 여름 품으로 들어가긴 싫은 게으름만 들인다. 그저 창으로 보는 여름이 좋다.

실내 깊숙이 드리워진 그늘 속에 잠겼다. 한참 동안 시간은 시간이 바뀌는 순간을 빛으로 알려 주었다. 스스로 돌보지 않던 시간이 마치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한 시점으로 섰다. 그러나 돌보지 않고 다가왔다.

슬슬, 조금씩 정돈된 일상을 유지해야 안심이 되는 것처럼 몸에 베인 익숙한 습관처럼 시간의 굴레에 꼼짝없이 갇히기 전, 깨우기 싫은 나의 시간을 아낀다.

동사를 잠재운 명사형 오늘만큼.


홈카페 커피, 가득 채워넣은 얼음 여태 차가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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