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쉼표 사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y 30. 2024

하늘이 흐려도

어렴풋이 파란색은 거기 있었다.


.

흐리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날씨의 안부를 가장 먼저 전해주는 뉴스는 새로운 날에 대한 안부가 전부이듯 자주 등장한다. 채널을 돌리면 간혹 몰랐던 일기예보를 새롭게 듣는 것처럼 더 늦지 않도록 전달하는 중이다. 하루가 다 가도록 진심이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명랑하지만 때때로 어떤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드러낸다.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들킨 것은 아니어서 자연스러워진다.


하늘의 날씨와 마음의 날씨는 맑음 또는 흐림 그리고 다소 맑음 다소 흐림 등으로 아침을 연다.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하늘의 표정을 보는 일은 참 익숙한 일이지만 어쩌면 날씨에 따라 변하는 마음의 농도인지 마음의 농도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날씨인지 약간의 양가감정으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어렴풋한 바람의 냄새는 창이 열리기 전부터 스며들기도 한다.


오후부터 맑아지기도 하고 오후 3시부터 흐려지기도 하는 변화의 시점에서 때론 말끝을 흐리기도 하는 일, 따위들에 대한 관찰은 여전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익숙하지만 저마다의 느낌으로 마주하는 일은 누군가의 경험과 인생에 대한 겸허한 의식 같은 건 아닐까. 그 너머 그 사람이 간직한 속 깊은 감정에 대한 기원. 같은 것


전형적인 슬픔과 전형적인 기쁨은 우리의 마음에서 얼마나 뒤적이고 있었을까. 감정에 대한 실체를 마주하는 일은 드러내지 않는 부분의 편견을 제외한 스스로의 소외. 어쩌면 기대를 품을 수 없게 하는 자청한 고립과 소통은 아닐지. 아름다움의 이유는 슬픔에 대한 은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대체로 낯설지 않은 희망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가끔은 절망이 찾아오기도 한다. 약간의 이율배반적 언어의 유희


딱히 할 말이 없어도 할 말을 찾게 되는 이유는 삼키고, 남겨 두게 하는 말, 정리되지 않는 말 그대로, 하늘이 알려준 것들과 마주하는 지금 여기는, 바람 잘 통하는 정오의 어느 창 넓은 카페에서 쓴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의 오전 일정을 마치고, 사이 쉼표, 는 나를 숨 쉬게 한다. 이 시간이 좋다. 곧 일어나야 할 시간 30분 전, 나의 오후에게도 홧팅을,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 것들에 대한 예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