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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May 29. 2020

아침은 소리로 온다.

저 멀리 닭 우는 소리 들리고 간간히 개 짖는 소리 번갈아 들리는 아침을 맞이한다. 집 위로 자란 나무들도 푸르다. 지붕보다 키 큰 나무는 나지막한 집들이 고요히 숨을 쉬도록 그 집을 다 가리지 않아서 좋다. 왠지 벽에 기대앉아 보이는 창 너머 키 큰 전봇대 윗부분이 조금 하늘에 걸쳐져 정겹다. 여기가 도시가 아닌 시골의 아침이라고 말해주듯 하늘이 어제와 달리 푸르고 마을은 저마다 조용하다. 까치 한 마리가 전선에 앉았다 날아가자 전선줄이 느슨하게 흔들린다. 까치소리는 아까부터 들려와서 저마다 아침은 소리로 온다. 이 모든 풍경은 오직 자연스럽다.


객체가 주체로 그려지는 가운데 심심한 공기는 급하거나 앞서려고 힘쓰는 공기가 없다. 마치 무엇이 무엇이 되려는 움직임 없이 무심하게 그리는 그림이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그것과 무관한 평화는 그 안에도 그 밖에도 안과 밖 구분 없이 표가 없다. 햇살 쏟아지는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 곳곳의 잡초들도 빛을 받아 꽃을 피웠다. 어쩌면 들꽃 인지도 모를 노란 아이가 흙 바로 위로 얼굴을 내 밀고 반긴다. 그 곁에 심긴 가지랑 토마토며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줄지어 선 고추나무들도. 내 손길 한번 안 받은 그들이 내게 손을 내민다. 작은 기쁨으로 일렁거렸다. 믹서 커피 가득 태워 나왔다. 햇살 담긴 커피도 오래 데워서 햇살 샤워한다. 차 한잔의 여유가 좋다.


어젯밤 시댁 제사를 모시고 모처럼 다 모인 형제들이 늦은 술자리를 했다. 마침 오래 쉬고 있는 내게 큰 형님이 자고 가라고 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자발적 은둔 중인 난 오래도록 일이 없으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휴일도 아닌데 평일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뜻밖의 여유는 아무 걱정 없이 왔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문득 이 가사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늘 부정은 긍정도 함께 오는 것 같다. 바로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마음 놓고 밤새 누렸다. 잘하지 않던 술자리에 같이 앉아 있기도 하고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희비가 섞인 세월이 흐르면 어떤 원망도 조금씩 신경이 둔해지기도 해서 차라리 좋았던 밤을 지나 아침 그림을 본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눈부시다. 별스럽지 않은 풍경이 내게 오면 괜히 벅차오른다. 삶에 대한 희열은 이렇게 작은 데서 온다. 그 사실을 또 알게 해주는 아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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