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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20. 2020

저녁 단상

저녁이 내리고 어둠이 오면 커튼을 내린다. 전혀 외면일 수 없는 손길은 오히려 저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가끔 어떤 저녁은 가리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데 쉬이 가시지 않은 푸른색으로 서성이는 그림자 한 자락이 넘어와 괜히 뭉클해지는 저녁이 되기도 한다. 오늘 조금 그랬다. 가령 더위가 가신 바람이 솔솔 불어와 창을 열어두면 바깥에 서성이는 그리움은 없다가 문득 흔들린다. 이유 없이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이름하여 그리움이 되고 어딘가 넣어둔 없던 그리움은 정체모를 바람에 이끌려 그리움을 더듬으며 왔다. 하릴없이 아무도 없이 어두워져 가는 저녁만 켜 두고 어둑해지는 공간을 서성이다 나는 커피 한잔 곁에 두고 어둠 속 바깥을 본다.




불빛 혹은 바닷속 등대일지도 모를 별빛

허락된 공기를 파고드는 길

너 사이 공존하는 날은

무심히 보이지 않는 가운데 침묵

하얗게 너울져 숨 쉬는 사이

누군가는 꽃잎을 떨군 채 이별 없이 푸르고

누군가는 온유한 마음에 노란 씨앗 심을 때

안부는 저녁으로 바람이 분다

순조롭다.


어느 마음 놓은 자리



그림. 페터 세베린 크뢰이어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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