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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넘어서는 인간의 글쓰기

AI를 아웃소싱하는 법

by 진구

요즘 들어 마주하는 딜레마가 하나 있다. 바로 'AI(인공지능)로 글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건, 생성형 AI로 글을 쓰면 시간이 줄어드는데 반해, 글쓰기 실력이 퇴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사실 요즘, 생성형 AI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는 뇌로 변화한 듯하다. AI를 사용하면 여러 면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고민하며 써야 할 분량을 chatGPT나 클로드(claude)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 몇 분 만에 완성해낸다. 문장도 웬만한 소설가 못지 않게 유려한 필체로 적어 내려간다.


다시 말해, AI는 문장의 완성도와 논리적 구성면에서 탁월하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법적 오류를 쉽게 찾아서 고쳐주고, 글의 구조도 나름 체계적으로 잡아준다. 거기다가 주어진 형식에 맞춰 글의 어조(톤앤 매너)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AI만의 강점이다.




내용에 상관 없이 글을 단지 멋드러지게 쓰고 싶다면 AI에게 글쓰기를 맡겨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글쓰기는 AI와 다른 차원의 가치를 지닌다.


1) 자신만의 경험을 이야기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

2) 내용의 중요도(또는 우선순위)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


에서는 AI보다 인간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고유한 경험은 AI에게 있어 낯선 영역이다. 인간은 개인적인 서사(narrative)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때로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독자와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찰(insight)를 제공한다.


비근한 예로는, 30살까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다 서울로 상경해서 연봉이 더 낮은 직장에 다니며 겪는 고충을 들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돈보다 자아 실현을 우선하는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인간이 AI를 넘어서는 또다른 영역으로는 '우선순위 부여'가 있다. 가령, 클로드 AI에게, 'AI를 이용한 글쓰기', 'AI를 글쓰기에 사용하는 이유', 'AI가 인간보다 나은 점' 세 가지 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달라고 명령한다고 하자.


클로드는 'AI를 이용한 글쓰기'가 상위 범주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나머지 두 가지가 대등한 위치에 있는 주제라는 것도 잘 모른다.



반면 인간은 위 세 가지를 우선순위에 따라 상하 위계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이 글 역시 조직도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주제를 조직도(logic tree)로 만들고 클로드에게 조직도 내용을 기반으로 글을 써달라고 하면 내 의도에 부합하는 글이 어렴풋이 나온다.




결국 AI는 글쓰기에서 문장, 논리적 구조 다듬기 등'형이하학적' 요소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한 가치 전달 및 중요도 구분하기 등의 '형이상학적' 요소에서는 인간이 개입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AI의 논리성과 효율성, 인간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재구성 능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작가의 의도를 잘 반영한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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