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시간

by 진구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신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짧으면 반나절, 길면 하루 정도 '망나니'처럼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빈둥거리며 보내거나,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건전하게 보내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주된 일에서 얼마나 멀어지는가의 문제다.





일주일에 한두 번, 회사에서 퇴근 후 또는 고된 일을 마치고 반나절에서 하루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온전히 쉬면, 그 후에 집중력이 기막히게 향상되는 경험을 종종 한다. 특히 금요일 퇴근 후 '망나니스러운' 시간을 보낸다면, 주말 아침부터 자기 계발에 몰두할 수 있다.


일례로 금요일 퇴근 후 백반집에 혼자 들어가서 제육 정식을 시켰다. 밤만 먹기에는 아쉬워서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지만 이 날따라 맥주가 당겼다. 금세 취기가 올랐고, 몸은 나른해졌다.


집에 돌아올 때쯤 취기가 달아났지만 허기가 져서 평소에 안 먹는 야식을 먹었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면서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무려 8시간 가까이 숙면을 취했다.


토요일 아침, 놀랍게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에 계획했던 일을 진행하는 동안 집중력은 배가되었고, 업무 속도는 크게 향상된 건 아니지만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주말 하루 정도는 보통 오전이나 오후에 자기 계발에 투자하고, 남은 시간은 영화 감상이나 산책 같은 여유로운 활동으로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을 망나니처럼 보낸 후 맞이한 주말 하루를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간을 막 사용한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매몰비용일 뿐, 만회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집중력이 낮을 때 시도하는 게 유리하다는 갓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아무런 조작을 가하지 않은 채로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같다. 일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희생하여 그 반대 상황에 에너지를 '몰빵'하는 것이다.







시간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건 에너지 관리다. 언제 힘을 빼고 언제 집중할지를 아는 것이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사용하게 만든다. ‘의미 없는 시간’이 역설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는 강화 재료가 돼 줄 것이다.


물론 주객이 전도되어 매일 같이 시간을 흘려보내 듯이 살면 안 되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에 경험에 의한 것이니 참고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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