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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07. 2020

자기계발서의 얼굴을 한 멋진 철학서

서평 시리즈 #2 : <12가지 인생의 법칙> by 조던 피터슨

다소 간의 숫자, 인생, 법칙

자기계발서의 제목에 흔히 등장하는 요소들입니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던 이유도 '당연히 자기계발서겠거니'였습니다.

수십 권을 읽어도 변한 건 없지만 매번 '오오, 새로운 마음이 채워진다!' 느낌이 드는 것은 좋았던지라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자기계발서가 아닙니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철학서에 가깝습니다.

물론 좋은 자기계발서는 철학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잘 관리해라, 뚜렷한 목표를 세워라 등의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차원적인' 자기계발서와 달리 사유하게 만들고 마음에 어떤 동요를 일으키는 자기계발서는 그 자체가 저자의 철학이 듬뿍 담겨 있는 철학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조던 피터슨은 독자들에게 쉬이 답을 알려주기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답을 던지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10장에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와 같이 직관적인 제목을 붙여놓고 수십 페이지에 걸쳐 그 이유를 장황하게 풀어낼 이유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쉬운 그 문장에 담긴 속뜻이 무엇이고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와 앞뒤의 아주 세세한 맥락, 그리고 본질적인 철학까지. 짧고 때로는 거친 문장을 함께 읽어 내려가며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길 바라는 그의 생각이 묻어 나옵니다.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편인 제게는 그래서 어렵기도 한 책이었습니다. 분명 눈으로는 다 읽을 수 있는 문장인데도 그 너머의 진리를 쉽사리 잡아내는 것이 힘들었달까요.   


처음 읽을 때는 챕터의 제목처럼 직관적인 부분들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라는 말은 굳이 자세히 파고들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만 같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책'이 주는 유희는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관을 마음속에 새긴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말이에요.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 단순히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곤, 놀라서 해당 챕터를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되죠. 그의 철학을 따라 내려가면서요.


그렇기에 몇 번을 다시 보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큰 그림만 잡았을 때의 감흥과 그 뿌리와 나뭇잎의 가느라단 모세관까지 현미경을 들이댔을 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며칠 후, 몇 달 후 저의 상황과 경험이 달라졌을 때의 느낌도 당연히 참 다르구요. 그런 점이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큰 그림'을 통해 간단히 책의 몇 부분을 소개해드립니다.


▶ 법칙 5 :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12가지 인생의 법칙> P.173

얼마 전 붐비는 공항에서 네 살배기 아이가 부모 뒤를 느릿느릿 따라가며 악을 쓰는 모습을 봤다. 그 아이는 거의 5초마다 괴성을 질러 댔다. 한계에 부딪혀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분명히 의도적으로 내는 소리였다.(중략)

부모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짜증 나게 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P.173


▶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야 하는 이유

만약 당신이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처럼 축 늘어진 자세로 다니면 사람들은 당신을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과 갑각류가 모두 가지고 있는, 뇌 속 가장 깊숙한 곳의 서열 계산기도 당신의 서열 순위를 낮게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 나오는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행복감이 떨어지고, 불안감과 슬픔은 커진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 패배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서게 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P.54


▶ 알곡과 쭉정이

꼬마 괴물들을 양탄자 밑에 감추지 말라. 그 괴물들이 양탄자 밑에서 새끼를 치고, 어둠 속에서 점점 커진다. 그리고 당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어둠에서 뛰쳐나와 당신을 삼켜 버린다. 그러면 당신은 미덕과 명료함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혼란과 고통만 가득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할 때 현실은 단순해지고 깨끗해지며 명확히 규정되어 삶이 편안해진다.




조던 피터슨이 제멋대로 자신만의 철학을 펼치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 심리학자로서 수천 명의 환자와 내담 하며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굳건히 다졌습니다. 이 책의 철학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큰 틀은 기독교 사상입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자기계발서이자 종교 심리학, 종교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사상을 거의 알지 못하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독교적 내용들이 조금 어렵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논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논리를 펼쳐내는 흐름이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구의 절반인 서구 사회의 사상적 기반인 기독교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구 사회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습니다. 종교적인 부분과 관계없이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다른 시점마다 꺼내보면 분명, 매번 새로운 생각을 품게 도와줄 것이 분명하거든요.


자기계발서의 얼굴을 하고선 멋진 철학을 풀어낸 <12가지 인생의 법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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