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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08. 2020

다수와 합의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

서평 시리즈 #3 : 반대의 놀라운 힘


우리나라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유별나게 튀지 말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좋은 게 좋은 거다', '둥글게 둥글게'와 같은 말로 다수 속에 속하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중화요릿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짬뽕이 아닌 다른 메뉴를 시키면 눈총을 받곤 했죠. 전 볶음밥이 더 좋았는데도요. 학교에서도 튀는 행동을 하면 생활기록부에 주로 '부적응', '산만함' 등 나쁜 말들이 많이 쓰여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르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2시간째 이어지고 있는 회의에서 뭔가 솔깃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땅땅땅 모두들 동의하면 지루한 회의를 금방 끝낼 수 있습니다. 강의시간에 손을 들어 의견을 표현할 때 남들과 똑같이 손을 들면 '그래 왜 그런지 얘기해볼까?' 하고 지목당할 가능성이 확연히 줄어들긴 하죠. 혼자서 손을 들 때의 미묘한 공기를 느끼지 않아도 되구요. 



<반대의 놀라운 힘>은 이와 같은 다수와 합의의 함정에 빠진 우리 사회를 조명합니다.

사람들은 어째서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끝까지 벙어리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해서 '합의'를 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우둔한 결정이 될 수 있는지를 지적합니다.


모난 돌이 나오지 않을 때 다수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에는 한계가 극명히 생깁니다. 

애초에 공통된 생각은 '옳은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그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나머지 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그런데, 과연 그 생각이 옳은 것일까요? 어제 입사한 인턴사원이 품고 있는 생각이 옳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다수의 생각에 반대가 들어가는 순간, 토론의 장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넘쳐가게 됩니다.

꽉 막혀 있던 사고의 흐름이 뚫리며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리기도 합니다.

설령 반대의 생각이 '틀린' 것이라 해도 여전히 가치는 있습니다. 

멍청했던 기존의 생각이 한층 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수의 지혜, 대중의 힘을 역설하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대중의 지혜> 등의 책이 그렇습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책이 놓치고 있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ㄹ대중 개인이 독립적으로 사고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는 점 등입니다. 실제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옆사람이 손을 드니 함께 손을 드는 경우가 많죠. 

저자는 존스타운 사건, 컬럼비아 호 폭발 사고 등 이제는 많이 알려진 집단 사고의 사례부터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통해 함정에 빠진 '대중'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단 한 명의 '반대자'가 있을 때 생각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을지를 역설합니다.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의 '확장성'을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어딘가에 끊임없이 속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이겨내고 더 개별적인 주체가 되라고 말합니다. 개인이 다양성을 표출할 때 집단은 진정한 '집단 지성'의 지혜를 얻을 것이라 말합니다. 


간단히 책의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 합의가 만드는 생각의 틀 <반대의 놀라운 힘> P.129

단 한 가지 시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 시각이 옳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접근법을 택하는 것이 능률적일 때도 있지만, 만약 그 접근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당신은 금세 벼랑 끝으로 몰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 가지 접근법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보편적으로 광범위하게 정보를 검색하고 다양한 대안을 고려할 때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올바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좁은 주의력은 그것이 정확한 대상을 향해 있을 때만, 다른 것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만 이점이 있다. <반대의 놀라운 힘> P.129~130


▶ 창의력과 반대의견 그리고 브레인스토밍에 관하여 <반대의 놀라운 힘> P.165

반대 의견이 틀릴 때조차, 반대자에게 호감이 없을 때조차, 우리를 설득시키지 못했을 때마저도 반대 의견이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반대 의견은 합의의 힘과 다수의 의견을 무너뜨리고, 우리가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유연하고 독창적이며, 확산적인 사고를 자극한다. 다양한 의견이 상충할 때 여러 가지 중요한 이점이 생긴다. 브레인스토밍의 성과가 높아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반대의 놀라운 힘> P.172


그럼에도 우리는 다수 속에서 모난 돌이 되기를 망설입니다.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의사 표현이 자유롭다는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굶어 죽을 가능성이 있었던 옛 선조들의 시대가 아닙니다. 그때 형성된 본성에 반하는 것이 '세상을 혁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잠시간의 두려움은 아주 잠시만 접어두고 '반대의 놀라운 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각의 확장성을 만드는 <반대의 놀라운 힘>이었습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freesvg.org/think-tank

2) https://www.pikist.com/free-photo-xufeq/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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