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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07. 2020

1초 만에 지구를 바꾼 인류

서평 시리즈 #27 : <인류세 : 인간의 시대> EBS 다큐프라임

'신생대 제4기 홀로세'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알쏭달쏭 한 단어들은 무엇일까.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시간을 구분하는 '지질시대'는 누대-대-기-세-절로 이루어져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중 신생대-제4기-홀로세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2000년부터 현재의 지질시대를 홀로세가 아닌 다른 시대로 이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Anthropocene' ''人類世' 사람을 의미하는 anthro를 접두사로 붙인 새로운 지질학적 명칭 '인류세'.

20만 년에 발생한 인류가 지질시대에 자신들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새기려 들고 있는 것이다. 


<인류세 : 인간의 시대>는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이 엮어 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파울 크뤼천' 박사에 의해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한 '인류세'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에 인류가 바꾸어 놓은 지구의 흔적을 조사한 결과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지구의 시간은 인간의 그것과 달리 호흡이 무척 길다. 대략 46억 년 동안 존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인간을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 등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지구의 시간을 '지질시대'라는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각 시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구하다. 원시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처럼 인간의 기준에서 '특별하다' 싶은 기준이 지질시대의 구분 기준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인류세'가 지질시대의 명칭으로 정식 인정이 된다면 그 시작은 1950년 무렵이 될 것이다. 70년 만에 인류는 지구 스스로는 수 억년에 걸쳐 이룩한 '특별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인류세'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두 인간의 놀라운 과학 기술과 문명에 의한 피조물들이다. <인류세>팀은 '멸종', '쓰레기', '도시', '인류세의 미래'로 나누어 인간이 지구에 선사한 변화를 조명한다. 

지구에는 이제껏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본다. 4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 해양 생물의 50%가 멸종됐던 그 첫 번째 사례를 시작으로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우리가 흔히 아는 공룡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마지막 대멸종이 있었다. '대멸종'이라 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앗아가진 않는다. 다만 전과 비교했을 때 생태의 구조가 확연히 바뀌는 정도의 거대한 변화인 것은 사실이다. 


인류가 여섯 번째 대멸종의 큰 기여자가 된다면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 될까. 인류는 빠르게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지구가 자체적인 순환에 따라 수억 년에 걸쳐 배출하던 탄소를 인류는 단 몇 십 년 만에 배출하고 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해류의 순환을 늦춘다. 심해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면 바다의 생태계는 급변한다. 많은 생물의 멸종과 함께. 이뿐만 아니라 배출하는 폐기물, 미세먼지 등은 인류 자신들을 포함하여 동식물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폐기물 문제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고, 어쩌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폐기물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처리 또한 힘든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최악의 발명품이 되었다. 


미국의 한 재활용 처리 업체. 40년 동안 그곳에서 일해온 관계자는 사람들의 변화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40년 전 마요네즈 통부터 땅콩버터 용기까지 많은 것들이 유리였다. 이제 사람들은 유리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값싸고 만들기 쉽고 변형까지 쉬운 플라스틱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2015년까지 생산한 플라스틱의 양은 83억 톤가량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한 건 150년 전이었지만 사용이 지금과 같이 활발해진 것은 1950년 이후, 70년 만에 83억 톤의 대부분이 생산되었다. 인류가 부지런히 만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균일하게 펼쳐 놓는다면 아르헨티나를 15~20cm 정도의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아르헨티나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는 확실히 아니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만드는 건 쉽지만 없애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제껏 땅과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83억 톤 중에서 63억 톤가량이라고 한다. 


덕분에 태평양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4~5배에 해당하는 거대 플라스틱 섬이 해류가 소용돌이치는 곳에 갇혀 지도에 표시되는 섬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인류는 원래 도시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었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도시에 살아가던 인류의 수는 고작 3%. 지금은 77억 명의 인구 중 40억 명이 도시에 살아간다. 자연계의 무엇이든 필요 이상으로 거대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도시 권역을 의미하는 '메가시티'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35개의 메가시티는 지구에게는 피부에서 발견되는 흑색종(암)과 같은 존재이다. 자신을 좀 먹는 것이 확실하다. 

<인류세 : 인간의 시대>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인류세', 지질시대의 개념을 통해 새롭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책이었다. 나는 엄청난 낙관주의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황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 믿고 살아간다. 인류의 미래, 그것이 10년 뒤가 될지 내가 죽고 난 100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이다. 인류는 모든 면에서 파멸로 달려가고 있다. 1950년 이후 탄소 배출량, 쓰레기 배출량, 생물 다양성 저하 속도 등 모든 그래프가 지수함수의 형태를 띠며 가속도를 붙이듯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걸까? 당장의 편의만 생각하며 화려한 과학 기술을 뽐냈던 걸까? 곧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양산할 것만 같은 고등한 생명체 인류인데, 어째서 자신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땅을 구원할 방법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그 고등한 생명체의 지성으로도 이미 지구는 돌아올 수 없는 한계선을 한참이나 넘어섰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그저 우리 세대가 지구를 마주한 마지막 세대이니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되는 걸까?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설령 선을 넘었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인류세 : 인간의 시대>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해나무 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hYKG311mff8?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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