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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14. 2020

이중언어 사용자의 모든 것

서평 시리즈 #34 : <언어의 뇌과학> by 알베르트 코스타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놀랍고 부럽다. 한국 주입식 영어 교육을 충실히 수행한 사람으로서 읽기를 제외한 듣기, 쓰기, 말하기를 거의 하지 못하기에 지방의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올라왔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영어가 유창한 친구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유럽권 국가에는 이처럼 '이중언어자'가 많은 편이다. 좁은 대륙에 수많은 나라가 붙어있기에 교류가 많기도 하고 다양한 속사정 속에서 현재까지도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많다. 아기일 때부터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접하는 경우도 많거니와 성장해서도 자연스레 여러 언어를 익히게 된다. 


<언어의 뇌과학>은 철저하게 '이중언어자'라는 존재만을 탐구한다. 정확히는 이중언어자의 신비로운 뇌 속을. 

띠지에 붙어 있는 것처럼 언어를 습득하는 아기들의 뇌 형성 구조를 보면 인간은 언어를 위해 태어난 것만 같다.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 튀어나오는 곳이 없을 것만 같은 작은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뇌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언어를 습득하는 놀라운 과정이 발생한다. 



태어날 때부터 스페인어를 쓰는 아버지와 영어를 쓰는 어머니에게서 자란 아이는 생각을 어떤 언어로 할까? 이중언어자의 뇌는 단일언어자의 뇌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를까? 이중언어자는 무언가 특별한 의사 결정 과정이 있을까? 


<언어의 뇌과학>의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는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 책을 5개의 파트로 구분하였다. 

1장 : 두 언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2장 : 이중언어자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3장 :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

4장 : 이중언어 사용은 노화를 늦추는가

5장 : 이중언어자의 의사 결정


위와 같이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의 언어 습득에 따른 뇌 형성 과정과 그들의 뇌과 작동하고 변화하는 과정, 아직 명쾌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뇌의 노화를 늦추는지, 의사 결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알베르트 코스타 자신이 이중언어자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가족들 곁에서 자랐고 자연스레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영어까지 사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때문에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지만 저자는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다. 언어를 연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의 조음 법칙, 문법, 언어 습득 과정 등을 공부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 말은 <언어의 뇌과학>은 단순히 '뇌과학' 측면의 과학적 지식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 어문 계열이 아니라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언어적 법칙을 함께 다루고 있어 따라가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대략적인 흐름만 이해한 후 해당 언어 법칙이 이중언어자의 뇌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어 놓는지, 이중언어자의 뇌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흥미롭게 읽으면 책을 좀 더 쉽게 끝마칠 수 있다. 


■ 아기 이중언어자의 놀라운 능력

사실상, 이중언어를 경험한 아기들은 일찍부터 조음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4개월 된 아기 이중언어자는 아기 단일언어자보다 말하는 사람의 입을 더 많이 쳐다본다. 이런 특징은 최소 한 살까지 유지되는데, 두 언어를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진 아기는 그 둘을 구별하기 위해 시각 및 청각 정보를 사용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p.40)

■ 언어 사용과 시몬 효과

노란색으로 적힌 '빨강'이라는 글씨를 보고 '글씨'의 색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수행할 때 인간은 극한의 버벅임을 경험하게 된다. 화면 오른쪽에 나타난 왼쪽을 향하는 화살표를 보고 화살표의 '위치'가 어디인지 키보드로 누르는 과제를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중언어자는 이와 같은 극심한 정보 간의 간섭이 발생했을 때 단일언어자보다 간섭의 영향을 조금은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중언어를 사용할 때 언어 간 간섭을 이겨내고 하나의 언어에 집중하는 등의 행위가 반복되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이중언어자의 의사 결정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다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의사 결정은 직관적인 시스템 1과 숙고하는 시스템 2로 크게 구분되는데 이중언어의 사용은 숙고 시스템을 발현시켜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라 추정된다. 


이중언어자라는 매력적인 존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웠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유창하게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을 다룰 수 있는 멀티링구얼이 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책을 잡은 것도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답은 얻지 못했다. 언어에 관련된 뇌과학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습득은 유아기 때 급격하게 발생하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동공 움직임과 반응 등을 통해 놀라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낸 연구진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자인 알베르트 코스타 박사는 언어의 뇌과학 연구를 활발히 이끌던 인물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언어라는 놀라운 분야를 진득하게 연구하던 석학이 일찍 세상을 등져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의 연구를 잘 엮어낸 <언어의 뇌과학>을 시작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언어 연구에 박차를 가해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놀라운 신비가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 


언어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이중언어자의 이중언어자에 대한 최고의 보고서 <언어의 뇌과학>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현대지성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EB%87%8C-%EB%A7%88%EC%9D%8C-%EC%8B%AC%EB%A6%AC%ED%95%99-%EC%95%84%EC%9D%B4%EB%94%94%EC%96%B4-2062057/

2) 

3) https://pixabay.com/ko/photos/%EC%B1%85-%EB%AC%B8-%EC%9E%85%EA%B5%AC-%EB%AC%B8%ED%99%94-1655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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