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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20. 2020

중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

서평 시리즈 #39 : <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쑹훙빙

국제 정세를 지배하는 양강 미국과 중국. 


부족한 생각의 깊이와 식견으로 인해 시사 뉴스를 볼 때 미중 간의 대립에 대한 기본적인 역학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한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수많은 이권 다툼을 지속하는 것은 결국 '돈', 금융 때문이라는 생각에 집어 들게 된 <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경영 학도로서 학부 때 경제 관련 기본 강의는 물론 국제금융론 등 미, 거시적인 경제 원리를 너무 멀리했던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다. 경제학 원서와 같이 이론을 주입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180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유럽, 미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교양서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다양한 책에서 수박 겉핥기로 접했던 사건들의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더 용이해진 기분이 들었다. 경제와 국제 정세에 대한 이론을 보다 일찍 접했다면 뉴스의 이야기들을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화폐전쟁 3>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폐전쟁> 시리즈는 4권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부제는 '1권 : 달러의 종말', '2권 : 금권천하', '3권 : 하이 프런티어', '4권 : 전국시대'이다. 

3권의 부제인 하이 프런티어는 사전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계, 전선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런티어를 '하이'와 결합하여 우주 전선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하고 일본어 사전에 의하면 첨단 분야에 대한 개척을 의미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미 육군 중장 그레이엄인 1980년에 주창한 우주를 새로운 영역권에 포함하여 반드시 지키고 쟁탈하여야 할 대상으로 본 '하이 프런티어' 이론에 기반하여 금융 하이 프런티어를 주장했다. 국가의 주권은 영토, 영해, 영공의 3가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금융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게 <화폐전쟁 3>는 금융 하이 프런티어, 즉 금융의 주권을 빼앗느냐 빼앗겼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견제를 살피고 향후 중국이 '인민폐'를 통해 세계에 대한 금융 하이 프런티어를 확보하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살핀다. <화폐 전쟁> 시리즈의 저자 쑹훙빙은 중국 쓰촨성에서 태어난 중국의 국제 금융학자이다. 때문에 자칫 <화폐전쟁 3>의 내용만 따로 접하게 된다면 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금융 역사와 중국의 향방 때문에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서술된 것은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4권에 달하는 시리즈의 특성상 '달러의 몰락'이라는 제목을 가진 1권에서는 미국의 금융 역사를, 2권에서는 유럽 쪽을 다룬다. 3권에서는 자국인 중국의 역사를 다룬 것이기에 3권만 보고서 편협한 시각이라 보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 

<화폐전쟁 3>은 청나라 때의 양행, 즉 중국에 들어와 있는 서양계 은행 자본과 중국의 상인들, 그리고 아편 무역 등으로 시작된다. 당시 자신들의 화폐 가치 체계였던 '은본위제'와 금융 하이 프런티어를 지키지 못한 청은 '표호'와 '전장'이라는 큰 규모의 금융 조직을 가지고도 국제적인 금융 제국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반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당시부터 큰 규모의 경제를 형성할 수 있었고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자신들의 주권, 금융 하이 프런티어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를 중국의 '양무운동'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양무운동의 실패 이유와 메이지 유신의 성공 이유로 분석한다. 일본인들의 세계 정치와 경제를 읽는 날카로운 눈과 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하이 프런티어를 얼마나 수호하고 있는지, 현재와 같은 행보를 유지할 때 국제 시장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또한 잠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은 3분의 2 이상을 2차 세계 이전의 이야기에 투자하고 있다. 3편의 주제가 중국 화폐 경제이다 보니 정치, 사회적으로 많은 사건을 겪은 중국의 역사를 담는 데에 집중한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양적 완화와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채무자가 된 미국, 동시에 가장 큰 채권자가 된 중국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때문에 중국이 미국 채권 시장에 특정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당시 기준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채무자인 미국이 채권자인 중국에 오히려 압박을 가하고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 왜곡된 구조에 대해 기형적인 처사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덧붙여, 이는 현재 채권자인 중국이 기를 펴지 못하는 까닭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실력을 보여줄 결심이 부족해서라도고 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민폐, 즉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금융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허나, 중국의 이름을 붙인 상품들은 전 세계의 매대를 호령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사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아쉬워한다.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자본이 오고 가는 속에서 국제 정세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이제껏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금융에 대한 이야기도 미국 중심인 경향이 있었는데, 때마침 읽게 된 화폐전쟁의 3권이 중국의 금융 정책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전혀 색다른 관점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계기였다. 다만, 화폐전쟁이 처음 나온 시기는 10년도 전이다. 워낙 급변하는 세계 경제이기 때문에 10년이라는 세월은 책 속의 많은 이야기를 낡은 것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문에 경제와 국제 정세, 화폐에 따른 생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은 최근의 흐름을 다룬 다른 책 또한 함께 읽을 것을 권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시리즈 전체가 긴 호흡으로 각 주요 국가 또는 금융 주체의 금융 역사를 다룬 측면이 강하다. 덕분에 끝없이 반복되는 존재인 인간의 본성과 경제의 전체적인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세한 이야기 덕분에 앎의 깊이는 더욱 풍성하게 가져갈 수 있다. 

10년도 전부터 서점에 있던 <화폐전쟁> 시리즈를 매번 슥 훑기만 하고 지나갔었다. 덕분에 10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읽을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어졌다. 이제는 보다 재밌게 미중간의, 그리고 그에 따른 세계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날을 반성하며 금융에 대한 지적 욕망을 더 열심히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중국의 화폐 역사를 통해 세계 경제를 읽을 수 있었던, <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였습니다. 




*본 리뷰는 RHK 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pixabay.com/ko/users/pixel2013-2364555/

2) https://www.ogq.me/backgrounds/1512222

3) https://unsplash.com/photos/j_MgyPHGRP0?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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