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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25. 2020

노자를 실리콘밸리로 보내다니

서평 시리즈 #45 :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by 박영규

요즘은 무엇이든 연결하는 시대이다. 세상에는 없는 것들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A와 B를 연결하면 혁신적인 C가 탄생하기도 한다. 마치 다음으로 소개할 책 속의 한 인물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커넥팅 더 닷츠(conneting the dots)'.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는 도덕경의 그 노자를 실리콘밸리로 보내버렸다. 첨단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 지구 정반대 편의, 그것도 수천 년 전 사람인 노자를 보내다니. 책을 읽고 난 후 저자가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중국에서 제자들에게 도와 덕이라는 우주 만물의 진리를 설파하던 노자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먹힐 수 있는 말들을 이미 하고 있던 것이었다. 주로 고등학교 국어 모의고사 지문에서나 등장하던 '사상'적인 이야기들은 기술혁신의 토대에도 적용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우주 만물의 진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상편 도경과 하편 덕경으로 나뉜 노자의 도덕경을 차곡차곡 실어뒀다. 경전의 구절을 해설과 함께 먼저 제시하고 그 뒤로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주역들을 함께 소개한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하는 고전으로 등장하는 노자였기에 읽을 기회를 찾고 있었다. 허나 고전이 늘 그렇듯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조금 더 관심을 많이 가지는 거대한 실리콘 제국에 노자와 도덕경을 조화롭게 버무렸기에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만 같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덕경의 관점을 통해 설명하기에 한 번 더 머릿속에 익히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노자를 재밌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까지 하다. 서두에 밝혔듯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연결하는 묘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 총욕약경 - 기술과 전략이 확실하다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총애와 욕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사회적 평판을 비유로 들어 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총애와 욕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중략) 나의 신체를 중심축으로 총애와 수모는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교대로 나타난다. (중략) 총애와 욕은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총애를 받을 대나 욕을 당할 때나 변함없이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p.66~67)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게도 총애와 욕은 교차한다. 주가가 오르는 총애와 주가가 떨어지는 욕과 같은 것들에 일희일비한다면 대사를 행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또한 닷컴 버블 때 자산 가치가 수 조씩 떨어지는 상황을 겪었지만 자신의 비즈니스와 기술력, 인사이트를 믿었기에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았다. 15분 만에 15조 원의 재산이 불어난 적도 있는 그가 주가나 사업의 일시적인 흐름에 일희일비한다면 심장이 떨려서 결코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강량자부득기사 - 너무 강한 리더십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음과 양은 태극기의 문양에서 보듯이 서로를 등에 지는 동시에 서로를 가슴에 안는다. 이들은 자신에게 속한 에너지를 완전히 비움으로써 조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그들의 자식(제3의 존재)을 낳는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서 생명의 물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중략) 지나치게 강한 대들보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 부러지는 것처럼 강력한 법과 물리적 강제력만으로는 사회질서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다. 물처럼 유연한 리더십만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 

(p.170~172)

책에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좋은 이야기도 많지만 나쁜 이야기도 많다. 뛰어난 혁신가인 동시에 냉철한 독설가에 독재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강압적인 리더십으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 후 넥스트와 픽사를 거쳐 다시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자신을 CLO,(Chief Listening Office) 최고 경청자라고 부르라고 한다. 이처럼 바뀐 그의 리더십 덕분에 그는 애플과 함께 거대한 IT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노자와 비즈니스 케이스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을 뿐 아니라 글 자체의 구성이 재미지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도덕경의 내용을 핵심만 설명하고 실제 사례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낸다. 노자를 바로 읽었다면 10 페이지를 못 읽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노자를 읽을 수 있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를 읽을 수 있었다. 


저자 스스로가 '노자'의 원리를 공부함과 동시에 잡스의 '커넥팅 더 닷츠'를 실현하는 사람이니 그의 생각과 시도가 흥미로운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이다. 노자에 관심이 있지만 부담스러운 사람, 경제경영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융합'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는 즐거운 독서가 될 듯하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잘 먹히는 노자,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였습니다. 

* 본 리뷰는 더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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