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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Oct 30. 2020

명왕성 탐사를 향한 20년의 여정

서평 시리즈 #67 : <뉴 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저나 먼 우주로!(To infinity, and beyond!) 

토이 스토리의 귀여운 우주비행사 버즈 라이트이어의 상징과도 같은 대사이다. 

* (직역하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맞으나 본인이 본 버전에서는 저렇게 나왔었다. 또한 우주비행사인 버즈의 대사로는 보다 찰떡궁합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온통 칠흑 같은 심연은 인간들에겐 미지의 공간이었다. 인간 중에 선조들로부터 탐험가의 피를 물려받은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 발견한 대륙이 없어지자 로켓을 쏘아 푸른빛의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머나먼 우주로의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뉴 호라이즌스호, 태양의 찬란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것보다 1000분의 1 이하로 도달하는 머나먼 명왕성을 탐사한 탐험선. '뉴 호라이즌스'호가 그토록 닿고 싶었던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뒤늦게 관측되어 영국의 한 꼬마 소녀로부터 '외롭고 우울한' 느낌의 '플루토'라는 이름이 붙은 외로운 천체였다. 100kg이 안 되는 인류 지성의 집합체, 다른 말로 하면 쇳덩어리가 20년이 걸려 명왕성에 도착한 불굴의 이야기, <뉴 호라이즌스>는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는 광활하다. 광활하다는 짧은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감히 직접 마주했을 때의 감흥을 담지 못할 정도로 광활하다. 때문에 인류의 문명이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고 한들 당장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에도 관측선 몇 척을 보낸 것이 전부일 정도이다. 다른 행성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인간의 기술력만으로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플라이바이'라는 기술이다. 지나치는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여 가속도를 붙이는 방법을 통해 속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NASA는 1970년대부터 플라이바이를 이용하여 탐사선을 저 멀리 우주의 깊은 곳까지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목성 정도를 목표로 활발히 진행되던 우주 탐사 계획에 명왕성은 뒷전이었다. 심지어 명왕성은 1930년대에 발견되어 천문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던 천체였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을 깊이 탐구하고 싶은 과학자들은 너무나 소수였고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의 난관의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얼핏 생각하기에 NASA는 우주라는 진리의 공간에 대한 탐구 의식만 가득할 것이라 여겨진다. 순수 과학의 결정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NASA 또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움직이는 기관이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연구 기관이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예산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곳이기에 세상을 뒤흔들만한 이슈가 아니라면 쉽사리 연구 및 탐사 예산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명왕성 탐사 계획은 당시로서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등에 비해 학문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었다. 명왕성 언더그라운드 팀은 때문에 1990년대 초반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명왕성 탐사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고 제안서를 통과시키는 데 주력해야 했다. 

2005년 무렵 마침내 '뉴 호라이즌스'호를 로켓에 태워 우주로 떠나보내는 것이 가능해 보이는 순간이 왔다. 이때에도 여전히 난관은 있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탐험선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10년 안에 명왕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플라이바이를 정확히 실행할 수 있어야 했다. 이는 목성이 계산 상으로 적절한 궤도에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곧 다가올 목성의 궤도 정렬을 놓치면 다음은 1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준비란 끝이 없는 법.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는 일이었기에 해결해야 하는 이슈는 쏟아졌고 명왕성 팀의 신경은 곤두섰다. 

'뉴 호라이즌스' 호를 만드는 것 또한 거대한 과제였다. 이 작은 쇳덩어리는 48억 킬로미터를 날아가야 했다. <스타트렉>에 나오는 USS 엔터프라이즈처럼 워프를 이용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뉴 호라이즌스의 비행 기간은 무려 10년이었다. 작고 가벼워야 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었기에 튼튼한 눈, 귀, 코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당시 기술 수준에서 최첨단의 관측 장비가 들어가야 했다. 우주를 유영하다 어느 한곳에 멈춰 기름을 태워 다시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연료는 '플루토늄'이 사용되었다. 방사성 동위 원소가 분열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10년의 기간 동안 열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플루토늄은 우주 탐험선에 적합한 연료였다. 하지만 플루토늄을 우주선에 싣는 것에는 고려해야 할 법적, 국제적, 환경적인 이슈가 존재했다. 

조 단위가 넘어가는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문제였다. 명왕성 탐사가 항상 뒷전이었던 NASA의 수많은 상관들을 설득하고 상황적으로 운이 맞아떨어지기도 하며 비용, 인력 등을 충당한 끝에 마침내 '뉴 호라이즌스'호가 세상에 태어났다. '플루토'의 이름을 딴 '플루토늄' 연료를 싣고 '플루토'로 향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마침내 '뉴 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 후에도 당연히, 풍파는 존재했다. 이 탐사선은 동면 상태에 들어야 했다. 명왕성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작동 상태를 유지한다면 성능은 당연히 떨어질 터였고 대부분의 시간을 off 상태로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3.5년 정도만 가동된 상태가 되어야 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NASA이지만 2000년대 중반의 기술력으로 동면 상태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10년 동안 완벽히 유지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행성 궤도 상의 문제나 작은 천체들 또한 문제였다. 때문에 명왕성 언더그라운드 팀은 자신들의 자식과도 같은 탐사선을 우주에 보낸 뒤부터 오히려 전쟁 같은 삶을 시작했다. 무려 10년 동안. '뉴 호라이즌스'가 보내주는 데이터 형식의 기호들만을 보며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것이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마침내 명왕성의 푸르고 차가운 대기가 보였을 때 전 세계는 명왕성으로 인해 들썩였다. NASA 또한 20년 가까이 명왕성을 냉랭하게 바라봤던 것이 무색하게 환호했다. 다른 탐사에 비해 탐사의 규모도, 관심도 떨어졌던 명왕성 팀이 마침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대 여정을 성공시킨 것이다. '뉴 호라이즌스'가 보내준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사진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20년의 대장정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순간이었다. 


그토록 닿고 싶었던 명왕성이었지만,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행성 자격을 잃고 왜소 행성을 분류되게 되었다. '134340 명왕성(134340 pluto)'가 그의 소행성명이다. 자칫 허망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끝까지 빛났다. 1990년대 초반부터 탐사 계획을 세우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명왕성 탐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상관들이 시킨 기타 연구를 수행하며 억지로 버텼다. 가까스로 탐사선을 우주에 보냈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또다시 인고해야 했다.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 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으로의 여정' 그 자체였다. 

한때 과학자를 꿈꿨기에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황홀했다.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완성되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환희를 느끼게 만들었다. 우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명왕성으로의 여정에 동참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여정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명왕성을 향한 머나먼 여정, <뉴 호라이즌스 :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푸른숲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E0AHdsENmDg?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OHOU-5UVIYQ?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0o_GEzyargo?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4) https://unsplash.com/photos/S3nFZxn6XW4?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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