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롭고 소소한 감동에 대하여
며칠 전 남자친구와 있던 일이다.
남자친구 옆자리에서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했는지,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려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아무튼 뭔가를 하다 말고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옆자리에 앉고 보니까 등 뒤가 폭신했다.
'웬 폭신?'
화장실 가기 전에는 없던 베개와 쿠션이 어느새 등 뒤에 놓여 있었다.
남자친구를 슥 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나한테는 별 관심도 없이) 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 등받이 하라고 여기 베개 놔둔 거야?"
"응."
그렇게 심드렁한 대답에 감동받긴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을 읽게 됐다.
저자의 결혼식 축사가 참 좋았다. 결혼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는 가설 두 가지, 그리고 '요컨대, 상대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일상적인 습관이 중요합니다.'라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라도 한 듯 '요컨대' 부분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고마웠다.
다음에 만나면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따뜻하게 물어보고, 내가 먹고 싶은 치킨을 사줘야지.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