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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Mar 07. 2021

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 1가지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이다. 넷플릭스, 왓챠, 지니뮤직도 지인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쿠팡 로켓 와우 회원에, 관심 분야를 공부하다가 알게 된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가성비 좋은 패키지를 발견해 매일 강의를 한 편씩 듣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 모두 유료로 결제해서 이용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은 진리였다.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며 내는 비용을 계산해 보니 한 달에 7~8만 원이다. 매월 10만 원 미만의 사용료를 내는 게 적다면 적은 금액이겠으나 이걸 연 단위로 따지면 적게 잡아도 84만 원이다.


이렇게 유료 서비스가 나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게 된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쇼핑할 때 1+1 상품에 노출되면 나도 모르게 주문 버튼을 누르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모든 게 유료 결제를 해버리고야 마는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도록(?) 촘촘히 짜여진 기업의 상품전략에 자연스럽게 유인되었다는 뜻이다.



실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큰 기업들은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을 들여 실험을 한다.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이렇게 A/B테스트에 애를 쓰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실험의 힘>이라는 책에서만 봐도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잘 나가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지,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실험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했다. 기업인, 직장인, 자영업자, 연구원, 학생, 넓게는 자기계발러까지 실험의 가치를 느끼고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마케팅도 수많은 실험 중의 하나로 탄생했다. '99,900원'처럼 가격 단위를 조절해서 판매율을 현저히 높인 판매 방식은 대표적인 성공 판매 전략이다.


실험 전 이 마케팅을 처음 언급했을 때를 상상해 본다. 임직원들은 속으로 말했을 것이다. '몇 백 원, 몇 천 원 차이로 판매에 무슨 변화가 있겠어? 이걸 전략이라고 내놓다니. 말이 돼?' 만약 실험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마케팅은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의 썸네일 전략도 재미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콘텐츠별로 썸네일을 여러 개 제작해서 사용자에게 어떤 썸네일이 얼마나 선택받는지를 실험한다고 한다. 나중에 보려고 찜해 둔 드라마의 썸네일이 여러 번 바뀌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이 실험의 하나였다.

'아웃스탠딩'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썸네일은 개수가 제각각이다. 어떤 콘텐츠는 썸네일만 9개를 만든다고 한다. A/B 테스트를 거쳐 썸네일을 최종 결정하고 썸네일 이미지를 구조화해서 데이터를 축적한다.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썸네일의 3요소로 '얼굴, 악당, 3명 이하'를 고려해 썸네일을 결정한다.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은 이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물이 악당 캐릭터이고 3명 이하일 때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의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험, 너란 녀석 좋은 녀석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구글은 2018년 1만 건이 넘는 실험을 했다. 이베이는 실험을 통해 마케팅을 영점 조절해서 효과 없는 광고에 집행했던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이익을 얻었다. 이렇듯 실험은 실패율을 낮추고 확실한 효과를 거두는 데 탁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유용한 실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도 실험 혁명의 한 복판에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수십 년 전부터 실험에 발가락을 살짝 담근 정도에 불과하다.

마이클 루카, 맥스 베이저만, <실험의 힘>


그렇다. 저자는 많은 기업이 실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은 유아기 단계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험의 발달로 결과 자체를 측정하기는 쉬워졌지만 적절한 선택은 여전히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애초에 실험 설계를 잘못하거나 명확한 기준 없이 실험을 실시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게다가 많은 기업의 임원이 여전히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지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나의 기사를 여러 제목으로 시험하며, 어떤 제목을 클릭하는 독자의 수가 더 많으냐로 성공 기준을 삼는 신문사가 있다고 해 보자.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면 좋은 일이지만, 신문사가 원하는 건 일회성 독자가 결코 아니다. 독자가 한 기사를 클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기사를 읽고, 장기적인 독자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은 단기적으로는 독자 확보에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올바른 실험을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는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이에 따른 공부는 필수이다. 직관에 의한 판단은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선장은 방향키를 작동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고안해 방향키를 제대로 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 및 기업은 실험을 통해 더 많이 대화하며, 직관과 감정을 명백한 증거로 대체해야 한다.

마이클 루카, 맥스 베이저만, <실험의 힘>



자 그럼 이제 실생활에 써먹어 보자


<실험의 힘>을 읽고 난 후 테스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았고, 그래서 내가 당장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앞에서 주로 기업의 예시를 들어서 실험이라는 게 매우 거창해 보이지만, 개인의 일상에도 써먹을 데가 많다.


자기계발로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을 실험해 볼 수 있다. 공부 방법을 바꿔보는 것(환경설정 실험), 학습량을 조절하는 것(임계점 실험), 공부의 질을 체크해 보는 것(효율성 실험) 말이다. 또 가계부를 쓰면 돈을 더 많이 저축할 수 있는지도 실험해 볼 수 있고, 매일 같이 싸우는 형제, 연인, 친구, 배우자를 대상으로 말투에 변화를 주어서 대화방식과 싸움의 상관관계를 알아볼 수도 있다.


캘린더에 적고 있는 몇 개의 실험 데이터들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실험들 중 하나는 수면 방식이다. 8시간 이상 잠을 자도 늘 피로감이 가시지가 않아서 두 달 전부터 매일 언제 잠들고, 몇 시간이나 자는지 수면 패턴을 적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분석 중이다.

단기적으로 얻은 정보가 있다면 슬프게도 불규칙한 수면을 정말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이 패턴을 어떻게 목표에 맞게 변화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의 세금 독촉 편지를 처음 쓴 직원은 잘못된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최선의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편지를 쓰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 조건이 똑같다고 할 때 어떤 결과가 최선인지 모르는 경우에 실험의 가치가 높아진다.

마이클 루카, 맥스 베이저만, <실험의 힘>


실험은 시간과 비용을 써 가며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의미 있는 행위는 모두 귀찮음과 지겨움을 버티고 이겨내는 노력에서 생겨난다. 저자의 말처럼 더 많은 기업이 실험을 통해 더 많이 대화하며, 직관과 감정을 명백한 증거로 대체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고 장기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으려면 실험이 필수다. 상식, 그중에 제일은 데이터다.


실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실험의 힘>을 반드시 읽어 보기 바란다.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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