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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May 11. 2023

일희일비

어느 평일 밤 11시. 집에 도착하면 자정을 넘길 것이었다.


하루종일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일에 매달려 질주했다. 늦은 저녁, 모두 퇴근하고 혼자 사무실에 남은 그때부터 긴장이 확 풀어져 일을 하지 못했다. 딴짓거리 하다가 현타가 와서 '아, 남은 일이 많은데... 집에 갈까? 말까?' 몇 시간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찜찜한 기분으로 짐 싸서 집에 가던 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한참 얘기했더니, 그분이 다 듣고서 그런 말을 하더라.


"차태현이 유퀴즈에 나와서 그러던데. '원래 이쪽 일이 일희일비하는 일 아니냐'라고."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일희일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유튜브에 영상 올리고 30분만 지나면 성적표가 나오니까. 이 영상의 조회수가 다른 영상 대비 높고, 낮고, 시청시간은 어떻고, 댓글은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바로 알 수 있으니 결과에 따라서 감정이 요동칠 수밖에. 그렇게 적나라해서 뼈 맞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치만 아주 가끔씩은 사람들의 좋은 반응 또한 그렇게 상세할 수가 없으니, 이때는 눈물이 핑 돌 만큼 감동적이다.


그렇다. 사실 일희일비, 이거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나. '이쪽 일 하는 사람'은 특히 더 그렇지. 그리고 오늘 힘든 게 내일을 안 힘들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죽 쑨 경험으로 뭔가 얻는 것도 있겠지... 이렇게 글이라도 남기지 않나. 좋게 생각하자. 그렇게 속으로 나를 다독이면서 밤길을 걸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평소 같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달을 쳐다봤다. 참 크고 색깔이 예뻤다... 무겁던 마음이 금세 가벼워지던 퇴근길 전화 한 통.


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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