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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n 29. 2023

3. mbti보다 이름 뜻 물어보기

mbti를 모르고 대화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것만큼 사람을 쉽고 간단하게 파악하는 도구도 없다. 릴스, 유튜브 영상, 각종 커뮤니티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mbti 관련 게시물. 몇몇 기업은 자기소개서에 본인의 mbti를 적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나는 개복치로 유명한 infp이다. 개복치란 민감도가 높고 자주 감정이 요동쳐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주로 사용된다. 어느 정도는 내 성향이 맞는 부분도 있고 일리 있는 면도 있지만, 나는 mbti로 과몰입으로 인해 생기는 편견에 자꾸만 주목하게 된다. 특정 성향이 대표성을 띨 뿐인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나를 일정한 기준에 맞춰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져 가끔은 내 mbti를 밝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다양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재돼 있어서일까?  


무엇보다 mbti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최초 창안자가 심리학과는 무관한 비전문가라는 점이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즉 객관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기왕 객관적이지 못할 바에야, mbti보다는 이름에 주목하고 싶다. 이름에는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녹아 있다. 그리고 사랑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 있다.


내 이름은 화영이다.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화합할 화에 헤엄칠 영. 나는 이 이름이 내 삶의 전반을 꿰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평화주의자로 살았다. 다혈질일 때도 자주 있지만, 싸움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트러블이 생기면, 다시 좋은 관계를 맺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중간에 끼어 곤란했던 적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넌 대체 누구 편이야?"

그 또한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누구랑 누가 싸웠다더라. 그런 얘길 들으면 빈 속에 공기 마시고 체한 것 같다. 분위기 만으로 몸뚱이가 불편하다. 이름이 주는 힘이 이렇게 강력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나는 이름에 부합한 삶을 살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mbti를 묻기 전에 당신의 이름 뜻이 뭐냐고 물어보자. 그럼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것이다. 내향적이며 직관적 판단을 자주 하고, 감정적이며 상황을 인식하려는 경향을 가진 송화영보다는 내 이름처럼 살려는 내가 좋아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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