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게으름을 거북이 등껍질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던 나. 지금 원래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90분 일찍 일어나서, 숙소 1층 카페에 있다. 누가 해 보라고 시켰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
짐을 싸면서 책 한 권은 가져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유병욱 작가의 <생각의 기쁨>이라는 책이 가볍고 표지도 예쁘고 내용도 여행지에서 읽기 좋을 것 같아 가방에 넣었다.
오늘 읽은 부분이 인상적이더라. 그래서 ‘게으름 등껍질’을 숙소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내 느낌과 생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생각의 땅파기는 어차피 복불복이니 아예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걸까요?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어디가 깊게 들어갈 땅인지 모르니, 일단 ‘어느 곳이든’ 파보라는 겁니다.”
이 부분이 이유 없이 끌렸다. 그리고 뭐에 홀린 듯이, 눈곱도 떼지 않은 채로 문밖을 나섰다. 어느 곳이든 파 보라고 하니, 혼자 모닝커피 한 잔 하는 시도 정도는 해 봐도 좋겠구나 싶어서. 지금 이 기분으로 다시 침대에 누우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게으름을 이긴 것이다.
9시가 되면 일정 때문에 다시 숙소로 들어가야 한다. 내가 만끽한 시간은 고작 50분가량. 이 짧은 시간 안에 농축된 이곳의 좋은 냄새와, 분위기와, 머릿속에 떠도는 긍정적인 목소리들이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시간이 됐으니 이제 자리를 뜨도록 하자.
230701
아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