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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l 10. 2023

10. 서른다섯, 가장 의욕적인 나이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려고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괴테가 한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뭔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청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이 명언에 덧붙이자면, 꼭 큰일이 아니어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작은 성취로도 사람이 뿜어내는 긍정의 에너지는 폭포의 낙차만큼이나 힘이 넘칠 수 있다.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올해 내 나이는 서른다섯. 누워서 릴스 보면서 낄낄거리길 좋아하는, 철 없는 게으름뱅이. 그런 내게도 딱 하나 생산적인 기질이 있었으니,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욕'만큼은 누구 못지않았다.


국어 사전에서 정의하는 '의욕'.


의욕을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이렇게 나오더라.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 그렇다. 나는 욕심이 많다. 그 욕심으로 생고생을 한 적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자면 업무의 50%는 상사가 맡고 나머지 50%는 내가 맡게 된다고 했을 때, 나는 상사에게 제안하곤 했다. “가능하다면 제가 100%를 해 봐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욕심은 능력에 비례하지 않았다. 남는 건 있었다. 생고생을 업고 업무의 전체를 아우르다 보니, 일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졌다. 내 새끼처럼 소중한 마음이 드니 프로젝트의 성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그 재미를 한 번 느끼고 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키지 않은 일을 또 사서하고 있더라. 워커홀릭에 고성과자인 분들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그에 비하면 작고 초라할 수 있지만, 내 기준으로 나는 그 해에 나는 약간 일에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그때의 기억은 자부심이 됐다. 의욕만 앞세워 까불다가 힘들고 버거워서 찌질하게 운 적도 있지만, 맡으면 어떻게든 해내게 되더라는, 막무가내 마인드를 장착하게 됐다. 자주 저지른다. 그리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수습한다. 내가 배운 성장이란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 것이었다.


며칠 전 재직 중인 회사의 대표님께 말했다.


"저는 가진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뭐라도 던져주시면, 항상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겁 없이 저질렀다. 일단 꺼내고 보는 그놈의 의욕. 내 말에 대표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 욕심이 과장님의 능력이에요."


건방지게 들렸을 그 말을 칭찬으로 화답해 주셨으니, 나는 다시 한번 정신 못 차리고 건방을 떨어 본다. 이 욕심을 능력으로 인정하기로 한다. 의욕이 주는 이번 선물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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