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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l 09. 2023

9. 하늘로 부치는 편지

그곳을 상상해 봅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녹음 짙은 나무가 곧게 뻗어 있을 그곳. 여행하다 잘못 들어선 길처럼 낯설면서도 신비로울 그곳. 내가 만난 친애하는 사람들과, 웃는 모습이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곳.


어떤 이는 자주색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내 기억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인상을 쓰거나 울 듯한 표정 없이 평온해 보입니다.


그곳에서 꼭 만난다면 좋겠습니다. 길이 엇갈리거나 시간이 적절치 못해 만나기까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꼭 만나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조금 목소리가 떨리더라도 묻고 싶습니다.


“잘 지냈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 밤 조용히 두 손을 맞대고 기도합니다. 내가 상상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고통 없이 지내기를. 혹은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진 세상이기를.


언젠가 만날 그날을 고대하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내가 여기 있듯이, 당신이 그곳에 있음을. 말하지 않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어도 느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영영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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