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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l 08. 2023

8. 내 마음을 울린 8개의 문장(2)

(지난 글에 이어서)


유병욱 작가의 책 <평소의 발견>에서 읽고 좋았던 8개의 문장 중 나머지 4개를 소개한다.


5.소설가는 악마적이고 낭만적인 비전 때문이 아니라 끈기 때문에 인상적이지요.

유병욱, <평소의 발견> 248쪽

진득하게 하나를 파는 사람을 좋아한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이 있다. 덕질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잠시 식을 순 있으나 안면몰수하고 돌아서진 않는다는 뜻이다. ‘내 사전에 포기는 없다’는 말처럼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되든 안 되든 그냥 하는 것.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일본어 공부를 띄엄띄엄 17년째 하고 있다. 초급에서 중급까지는 어찌어찌 왔는데, 고급으로 넘어가질 못 한다. 하지만 그냥 이어간다. 그런 내 모습에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일본어 공부해?”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약간의 의아함 한 스푼,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팩폭 한 스푼이 말투에 담겨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난 죽을 때까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으니까.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하니까,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림이 없다. 끈기라는 단어는, 낭만과 닮았다. 무모한 도전 같아 좋다.


6.'천재성'과 '낭만'이 영역이라고 느껴지던 글쓰기가, 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매일의 꾸준함에 빚지고 있다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248쪽

5번과 비슷한 맥락에서 인상적인 문장이었다.


루틴의 대명사인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달리기를 한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힘들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매일 달리는 사람은 달리기에 이골이 났으니,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달리기’를 ’일‘로 바꿔 읽어보고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매일 하는 일이니까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는 힘들지 않게 될까? 그럴 리 만무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어리석다.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하고 이번이 8번째 글인데, 확실히 이거 하나는 배웠다. 낭만은 없다. 짜침만 있을 뿐.


7.몰두하는 이의 뒷모습은 멋집니다. 몰두의 시간은 분명 선물을 안겨줄 거예요. 그 몰두의 시작이, 남의 강요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의 결과라면, 당신이 보낸 몰입의 시간은 급하게 집어넣은 지식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당신을 닿게 할 겁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261쪽

현기증이 날 정도로 뭔가에 집중하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하고 놀란 경험, 누구나 있을 거다. 특히 생산적인 일에 집중했다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런 몰입의 시간이 누적돼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게 되는 것 아닐까.


8.인생의 보석들은, 평소의 시간들 틈에 박혀 있습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277쪽

한 여름의 퇴근길이 좋은 이유, 해가 아직 지지 않아서 모든 풍경이 청량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니 여행자의 기분이 들었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보석 같은 장면이었다.


계속해서 보석을 발견하고 싶다. 가지려고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빛깔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기. 생이 언제 마감될지 모르니, 있는 힘껏 즐기는 거다. 보석을 주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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