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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l 05. 2023

7. 내 마음을 울린 8개의 문장(1)

<평소의 발견>에서 주운 8개의 문장, 그 첫 번째.

유병욱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일상에 숨어 있는 보석을 발굴하려는 탐험가 같다. 흘려보내지 않고, 유심히 지켜보고, 가치를 재평가하는.


<평소의 발견>이라는 책에서도 인상 깊은 문장이 참 많다. 오늘은 이 책에서 내가 읽고 밑줄을 그었던 8개의 문장 중 4개를 소개하고, 거기서 내가 느낀 바를 적어보려고 한다.


1.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니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미식가란, 맛있는 음식만 먹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숨겨진 맛들이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반대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상의 맛들을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나치고 있을까요?

유병욱, <평소의 발견> 48쪽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욕심이 많다. 궁금하고, 알고 싶고, 별생각 없이 얕게 파 보다가 깊이 빠지기도 하는 사람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누구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도 없고, 가까운 사이가 아닌 사람도 있고, 속을 잘 알지 못하고, 내가 오해한 걸 수도 있지만, 그들은 대개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또한 편견이 없다. 다양성의 가치를 이미 알기 때문인 걸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어떤 교훈을 얻으려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귀를 열면 시야가 넓어지는구나.'


기왕이면 나도 그들과 닮아가고 싶더라.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되고 주름 가득한 얼굴이 되더라도, 눈빛만큼은 늙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숨겨진 맛을 찾아낼 확률이 높다는 거니까.



2.뭔가를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고 있을 확률이 많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91쪽

일하던 곳에서 만난 한 팀장님이 떠올랐다. 정확히 위 문장과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내게 업무를 맡길 때면 그분은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려 설명해 줬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심부름시키듯 차근차근, 말투도 나긋하게. 그분의 지시는 못 알아들을 수가 없다. 어려운 말을 하나도 쓰지 않으니까 말이다.


판교 사투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분이 내 롤모델이다. 어려운 용어 없이도, 권위 있는 말투 없이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분이었다.



3.노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일종의 통로입니다. 우리는 그 통로에 잠깐씩 귀를 대었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죠. 그러나 어느 시절 우리는 어떤 노래와 너무나 깊숙이 교감한 나머지, 그곳에 우리를 조금 남겨두고 돌아옵니다. 스티커를 떼어내도 자국이 남는 것처럼. 그래서 훗날 우리가 '그 노래'에 다시 닿으면, 통로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거죠.

유병욱, <평소의 발견> 172쪽

고3 때 줄기차게 듣던 노래가 있었다. 방 정리를 하다가 오래전에 애용하던 mp3를 발견하고 플레이 리스트를 구경했는데, 그 노래가 딱 나오는 순간 고3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공부에 매진하던 성향이 아니었던 나는 스트레스받는 모습보다 야자 시간에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킥킥거리던 내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유병욱 작가가 말하는 그 느낌 그대로다. 나는 그 시절 교실 안에 나를 조금 두고 온 것 같다. 노래는 그런 힘이 있어 들을 때마다 사랑스럽다.  



4.우리는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한 조각을 아는 것뿐인지도 모릅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224쪽

남편과 만난 지 10년이 되던 해에 결혼했다. 올해로 11년을 함께했다. 다 아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남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을 들으며 울더라. 가사가 너무 멋있지 않냐고,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렇게나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나 싶어서 낯설기까지 했는데, 한편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마음이 건강한 것 같아서. 충분히 느끼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우는 모습을 빤히 보고 있으니 창피한지 눈을 계속 가리던 남편이었지만, 나는 사실 가사보다는 남편이 더 멋있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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