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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ul 14. 2023

13. 뜬금없는 경험이 돈을 벌어다 주었다

연결의 힘을 믿는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 지루함을 참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최고와 최선을 목표로 하는 대신 항상 문을 열어놓기로 한다. 그 문의 이름은 다양성이다.


뜬금없어 보이는 경험이 누적되면 또 다른 문이 열리더라. 나에겐 일본어가 그랬다.


JLPT 3급에 합격한 게 5~6년 전. 이후 시간 여유가 있으면 매년 시험을 봤다.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손을 댄 제2외국어였는데, 우리말과 어순도 똑같고 발음도 비슷하니 배우는 게 재밌었다.


몇 년 후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 영상을 보고 구독자가 됐다. 채널의 주인은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국 여성. 일본에서의 경험담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말하고, 자막 처리도 깔끔하게 해 줘서 재밌고 유익했다.


일본어 실력은 몇 년째 제자리지만 최소한 공부를 놓지는 말자고 다짐하며 일에 찌들어가던 어느 날, 채널의 주인이 글을 올린 걸 보게 됐다. 일본어 회화 온라인 강의 영상을 제작 중인데, 함께할 파트너롤 모집한다고 하더라. 서브로 편집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것 같았다.


채용 조건은 JLPT 2급 이상일 것. 나는 3급이었지만 왠지 느낌이 좋았다. '내가 영상 제작자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경력을 참작해 주지 않을까?' 아르바이트 삼아 짬짬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망설임 없이 지원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최종 합격했다. 나이스!


내 눈엔 연예인 같아 보였던 채널 주인과 카톡을 주고받고, 같이 일을 하게 되다니. 취미로만 여겼던 일본어가 이렇게 돈까지 벌게 해 주다니. 현업과 취미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신세계에 발을 들인 것처럼 짜릿하고 신기했다.


돈 벌어다 주는 일이 다 그러하듯 새로움은 몇 차례의 편집 작업으로 금세 익숙해졌다. 의욕이 빠르게 사그라들긴 했지만(ㅋㅋㅋ),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을 자주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커넥팅 더 닷. 각 경험은 작은 점들로 여기저기 포진돼 있지만, 모이면 선이 된다. 유기적 연결을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우리 뇌는 스토리를 참 좋아한다. 다양성의 문을 열면 좋은 스토리는 또 다른 점으로 찍혀,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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